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가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제화에 반대하면서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의 명분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요금할인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가 22일 5차회의를 열어 보편요금제를 논의하기로 하면서 이통3사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 원대의 요금에 200분 음성통화, 1기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현행 통신사 요금보다 훨씬 저렴하다. 현재 3만 원대인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음성통화, 데이터 수준과 비슷하다.
증권가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3만 원대의 요금제가 2만 원대로 낮아지면 이통3사가 연간 2조 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통3사는 보편요금제 대신 단말기 판매와 통신사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원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실시되면 이통3사는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단말기지원금 등을 줄여 비용절감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는 최근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활성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협의회의 의견이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논의내용이 국회에 전달돼 입법과정에 반영된다.
협의회가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제화에 반대한 대신 보편요금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도 법제화하는 데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 협의회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보편요금제 논의를 앞두고 스스로 통신비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일부터 월 8만8천 원 요금제인 ‘데이터 스폐셜C’의 데이터 제공량을 11만 원 요금제와 동일하게 확대한다. 11만 원 요금제를 쓰는 고객의 통신비를 2만2천 원 할인해 주는 셈이다.
SK텔레콤과 KT도 뒤이어 통신비 할인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통3사의 요금제는 가격 및 음성·문자, 데이터 제공량이 거의 똑같기 때문에 한 곳이 요금을 내리면 경쟁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KT는 내년 1월 초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혜택을 대폭 강화하고 요금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의 이런 행보는 보편요금제 도입의 명분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편요금제 이외의 방안으로도 통신비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보편요금제를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통3사는 이미 선택약정할인 상향, 취약계층 통신비지원,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비 인하정책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와 함께 자발적으로 통신비 인하까지 나서면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강행할 명분이 줄어들 수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는 보편요금제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LG유플러스가 최근 갑자기 고가요금제를 인하하기로 결정한 것도 보편요금제 논의를 앞두고 명분확보를 위해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