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이 5개월여 동안 공석이다.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은 ‘독이 든 성배’가 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1월 초에 취임한 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석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두 달여 동안 기금이사추천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금이사추천위원회에서 공모를 진행한 뒤 추천한다. 이사장이 해당 후보를 제청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
기존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일정이 두 달 정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빨라야 내년 2월경에 새 기금운용본부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7월17일 중도 사퇴한 뒤 5개월여 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다. 현재 조인식 해외증권실장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혁신을 위해 내부출신보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출신 인사를 원하고 있지만 마땅한 인사들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의 취임을 전후로 새 기금운용본부장 하마평에 올랐던 일부 인사들도 제안을 거절하거나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 기금운용본부장이 다루는 자산규모만 7월 기준 602조 원에 이른다.
그만큼 기금운용본부장은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과 상징성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였다.
다만 최근 자리에 따르는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주요 후보군에 포함되는 인사들에게는 ‘독이 든 성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사회책임투자 기조에 맞춰 수익률과 투자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모두 챙겨야 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가이드라인)를 도입하면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기업의 경영에도 적극 관여하게 된다.
▲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옥 전경. |
최근 전임 기금운용본부장들이 제대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면서 사회적 책임도 막중해졌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라고 지시해 국민연금에 큰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홍 전 본부장 뒤를 이은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올해 7월 돌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기금운용본부장을 퇴직한 뒤 3년 동안 금융 유관업종 재취업이 제한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실상 기금운용본부장으로 경력을 마쳐야 하는 셈인데 기존 기금운용본부장들은 최대 3년 임기를 채우는 데 그쳤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기본임기 2년에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매년 1년씩 연임을 할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옮겨간 점도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주요 투자전문가들이 꺼려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이전을 결정한 뒤 지난해에 전문인력 30명이, 올해에는 전문인력 22명이 회사를 떠났다. 기금운용본부는 11월 말에 13명을 채용했지만 애초 목표인원(30명)의 절반도 채용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투자책임자라는 간판을 빼면 기금운용본부장직은 어려움이 많은 자리”라며 “책임은 막중한데 보상은 제한적이고 여기에 정치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