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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람 네이버 캠프모바일 대표이사가 지난 9월30일 대한민국 육군과 밴드 활용에 관한 협약식을 체결한 뒤 이붕우 육군 정훈공보실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네이버 캠프모바일> |
IT업계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창의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 다른 분야보다 여성에게 좋다는 인식 때문이다.
휴렛팩커드(HP)의 멕 휘트먼이나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등 ‘스타’ 여성 CEO가 등장한 것도 이런 인식에 한몫 한다.
반면 국내 IT업계의 경우 여전히 여성 리더는 보기 드물다. 대기업은 물론 포털과 게임회사 등에도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적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주요 IT기업의 여성 임원 평균 수는 기업 1곳 당 1명 수준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모바일SNS와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여성 CEO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면서 더 많은 여성 CEO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 이람 캠프모바일 CEO, ‘싸이월드’에서 ‘밴드’까지
이람 네이버 캠프모바일 공동 대표이사는 네이버의 모바일SNS ‘밴드’를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밴드는 다른 모바일메신저와 달리 지연이나 학연 등 오프라인의 관계를 토대로 사람들을 모으는 폐쇄형 SNS 서비스다.
이 대표는 네이버가 지난해 2월 설립한 모바일서비스 담당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의 초대 대표이사다. 그는 2012년 8월 출시된 밴드의 개발과정을 총괄했다. 밴드는 현재 가입자 3300만 명을 넘겼다. 특히 ‘동창찾기’ 서비스를 기반으로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한때 국내를 대표했던 SNS ‘싸이월드’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9년부터 4년 동안 SK커뮤니케이션 싸이월드 기획팀 팀장으로 일했다. 당시 그가 기획한 ‘도토리’와 ‘미니룸’ 서비스는 싸이월드를 크게 성장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는 2003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뒤 커뮤니티 유닛장으로 일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등 자체 콘텐츠 생산을 맡았다. 그는 커뮤니티서비스 기획실장과 네이버 서비스2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캠프모바일 CEO가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대표는 모바일서비스 전담회사를 책임질 최적의 인물로 꼽혔다”며 “여성 기획자 특유의 섬세함과 직관적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캠프모바일을 1년9개월 동안 운영한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밴드 이용자는 빠르게 늘었으나 수익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압도적 강자인 카카오톡에 밀리고 있다.
캠프모바일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매출 5억 원에 순손실 276억 원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 매출이 14억 원으로 늘어났으나 순손실도 272억 원을 기록했다. 출시 후 1년9개월이 지났으나 적자는 줄지 않고 있다.
캠프모바일은 지난 5월 밴드에 탑재한 게임플랫폼 ‘네이버 밴드 게임’을 출시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독점한 ‘카카오 게임하기’에 맞서 수익을 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밴드 특성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대표에 대한 네이버의 기대는 여전하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캠프모바일 주식 800만 주를 400억 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11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4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설립자금 400억 원까지 합치면 모두 1200억 원을 캠프모바일에 쏟아 부은 셈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온라인 소액결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는 등 수익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는 “현재 밴드는 활동인원이 늘어나면서 성장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용자가 더 직관적으로 콘텐츠를 작성하고 감상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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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아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이사(오른쪽)가 펑루 텐센트 게임부문 부사장과 함께 2012년 9월 열린 중국 크로스파이어 게임리그 결승행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게임즈> |
◆ 매출 100억 원 이끈 장인아 스마일게이트게임즈 CEO
게임산업은 이전부터 다른 IT부문보다 여성 리더가 자주 보이는 분야였다. PC온라인게임 ‘뮤’를 성공시킨 이수영 전 웹젠 사장이나 모바일게임 성장을 이끈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이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1세대 개발자 출신 여성 임원들이 대부분 퇴진하면서 지금은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는 정영원 소프트맥스 대표이사와 김유라 한빛소프트 부사장 정도만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인아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이사는 비교적 최근에 두각을 나타낸 여성 CEO다. 장 대표는 2007년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한 뒤 7년 만에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홍보나 마케팅 경력 위주인 IT업계 여성 임원들과 달리 개발자 출신이다.
장 대표는 입사 후 PC온라인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게임개선 작업을 총괄했다. 그는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의 요구에 맞춰 오른손잡이인 개발진에게 왼손으로 게임을 하라고 시킬 만큼 쉽게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크로스파이어는 2008년 7월 중국에 출시된 뒤 2년 만에 동시접속자 수 200만 명을 넘기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현재 동시접속자 수는 47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연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단일게임 가운데 최대 매출 기록을 내기도 했다.
장 대표는 열정적이며 카리스마가 있는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도 여성 리더로서 고충을 겪었다. 그는 “여성 개발자라는 것 때문에 주변에서 선입견을 가지기도 했다”며 “그런 평가를 받기 싫어 더욱 절박하게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크로스파이어의 해외서비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게임즈는 지난해 12월 크로스파이어를 국내에 다시 출시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반면 브라질에서 올해 상반기에 35주 동안 동시접속자 수 1위를 달리며 흥행했다.
장 대표는 “중국에서 성공한 경험을 통해 브라질에 맞게 게임을 현지화했다”며 “개발자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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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은 전 이음소시어스 대표 <이음소시어스> |
◆ 국내 IT업계에 스타 여성 CEO는 언제 나올까
몇몇 CEO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업계는 아직 여성 리더가 많지 않다. 주요 IT기업의 CEO는 대부분 남성이며 임원도 여성의 비율이 극히 적다.
네이버는 지난 9월 기준으로 등기이사 7명이 모두 남자다. 비등기이사 23명 가운데 여성은 김지현, 정연아, 채선주, 한선숙 이사 등 모두 4명이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합병 뒤 정해진 등기이사 7명 가운데 여성은 피야오 안리 사외이사뿐이다.
국내 주요 게임회사에서도 여성 임원은 극소수다. 넥슨은 안인숙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이 유일한 여성 이사다. 엔씨소프트는 이사 7명 가운데 여성이 없다. 국내 모바일게임회사를 대표하는 컴투스와 게임빌은 이사진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성인력이 적어 리더가 되기도 어렵다고 본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지난 3월 열린 ‘여성 개발자의 밤’ 행사에서 “국내 IT업계는 인력 자체가 부족한데 그중 여성은 더욱 찾기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IT기업 임원 중 상당수는 처음 회사가 생겼을 때부터 참가한 장기 근로자들이다. IT업계 근로환경이 열악해 여성 인력의 진입과 근무가 쉽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IT산업 자체는 창의성과 섬세함이 필요하지만 업계 환경상 야근이나 잔업이 많고 초기안정성도 부족하다”며 “여성에게 우호적 업무환경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IT업계 여성 인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에서도 여성 CEO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포털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여성 리더가 적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며 “임원을 앞둔 팀장 단계에 여성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 창업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7% 수준이다.
박희은 전 이음소시어스 대표는 지난해 “IT업계는 유리천장이 낮은 편”이라며 “앞으로 CEO급 여성이 활약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10년 소셜데이팅 앱 ‘이음’을 내놓은 뒤 지난해 매출 50억 원을 낸 여성 CEO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