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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금융당국의 강력한 사퇴압력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 의장이 퇴진하면서 KB금융지주 이사회의 다른 사외이사들도 줄줄이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21일 취임을 앞두고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남겨둔 채 표류해온 LIG손해보험 인수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경재 의장은 20일 “윤종규 신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5년 만에 KB이사회를 떠나게 됐다.
이 의장은 “2010년 3월 이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성실하게 일해 왔다”면서 “연이어 발생한 어려운 일들로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지주 이사회를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이룬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취임하는 윤종규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KB금융사태 이후 이사회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아왔으나 거취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날 금융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내놓으면서 KB금융사태를 겨냥해 사외이사 구성과 운영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의장은 5년째 KB금융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현 윤종규 회장 내정자를 포함해 어윤대 임영록 전 회장까지 3명의 회장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KB금융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서 상징적 인물로 꼽혀 왔다.
이 의장의 사임에 따라 다른 사외이사들도 조만간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이경재 의장을 비롯해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이사 등 6명은 내년 초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거듭 요구함으로써 사외이사들의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의 이런 요구를 '관치'라고 반발하며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금융당국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분을 겪는 과정에서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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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금융위는 “KB금융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KB금융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 승인을 미뤄왔다. 이는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LIG손보 인수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른 사외이사들도 KB금융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과 갈등이 풀려 하루빨리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 8월 금융위원회에 LIG손보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윤종규 내정자도 앞으로 한시름 덜고 LIG 손보 인수와 지배구조 개선 등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의 사외이사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선출된 윤 내정자가 사외이사들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이경재 의장이 자리를 내놓은 만큼 윤종규 회장 내정자의 부담이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