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미국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에서 KT의 성장기회를 찾고 있다. 황 회장이 추진하는 해외사업 확대전략의 하나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이 미국에 KT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KT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인공지능 음성인식회사인 ‘사운드하운드’와 공동으로 인공지능 음성인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미국에 사운드하운드의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9월 미국에서 열린 '2017 샌프란시스코 모바일산업 박람회'에서 “사운드하운드는 단순히 음성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까지 파악해 정확한 답을 준다”며 “아마존이나 구글의 인공지능기술보다도 진일보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이 행사에서 직접 KT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자지니’를 소개하기도 했다. 기가지니는 스피커와 셋톱박스를 결합한 형태로 올해 1월 국내에 출시됐는데 가입자가 40만 명을 넘어서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황 회장은 당시 "영어로 구동되는 기가지니가 나오면 이를 인공지능 스피커와 셋톱박스 등에 적용해 산업용 솔루션으로 팔겠다”며 “미국의 각 지역별 케이블 사업자에 기가지니를 셋톱박스 형태로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가지니의 미국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은 현재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 ‘구글홈’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에코는 미국에서 70.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고 있고 구글홈이 23.8%의 점유율로 뒤를 잇고 있다. 기타 인공지능 스피커의 비율은 5.6%에 그친다.
미국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은 사실상 독과점이 형성돼 있는데 새로운 사업자가 자리잡기는 상당히 어렵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성 데이터를 축적하면 할수록 기술을 정교하게 발전시킬 수 있어 기존에 제품을 출시한 사업자들이 유리하다.
KT는 국내에만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했기 때문에 영어 기반의 음성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운드하운드의 기술이 적용된다고 해도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KT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미국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황 회장이 제시한 ‘2020년 해외매출 2조 원 달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스피커사업의 성공이 매우 중요하다.
통신사업은 기간산업이어서 통신망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는 해외에서 매출을 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KT는 황 회장의 취임 뒤 적극적으로 통신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지만 2016년 개별기준 해외매출은 3858억 원에 그친다.
반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기초 통신시설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데 제약이 많지 않은 편이다. 황 회장이 15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가지니사업단을 인공지능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한 것도 인공지능 스피커사업의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KT 해외사업 확대의 돌파구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가지니가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두려면 KT는 더 많은 해외 IT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