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가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려면 다임러보다 현대자동차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14일 갯플라이(gadfly, 잔소리꾼) 칼럼에서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이 리 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의 접근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중국 친구(협력회사)가 몹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자동차가 손을 내민다면 현대차도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중국 지리자동차는 다임러보다 현대차와 협력해야"

▲ 리 슈푸 지리자동차 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지리자동차는 최근 다임러의 지분 약 5%를 인수하고 싶다는 뜻을 다임러에 전달했지만 다임러는 지리자동차에 공개시장에서 지분을 사들이라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매체인 스탠더드신문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공개시장에서 다임러 지분을 사들이는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 지분 5%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약 45억 달러로 추산됐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볼보자동차, 영국 로터스 등 완성차회사를 인수하는 데 큰 돈을 써왔는데 다임러 지분을 사들이는 데 또다시 거금을 들이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리자동차가 다임러 지분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은 지리자동차가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쓰지 않고 (인수합병 등으로) 매력적 차량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춘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전기차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있다. 중국 창안자동차는 전기차 개발에 150억 달러는 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리자동차는 볼보를 인수해 기술경쟁력을 높였던 것처럼 지분투자로 다임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다임러의 전기차 기술력을 이전받으려는 속셈으로 해석됐다. 지리자동차가 다임러 지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돈은 창안자동차의 전기차 개발비용에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다임러는 전 세계 완성차회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연구개발비를 쓰고 있다”며 “마츠다, 스즈키가 토요타와 협력하면서 적은 비용을 들이고 진일보한 기술을 획득하고 시장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처럼 지리자동차도 다임러와 협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다임러가 이미 중국 완성차회사인 비야디, 베이징기차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탓에 지리자동차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환경규제 강화 추세로 전기차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있어 지리자동차의 협력 파트너로 적절하다고 블룸버그는 본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리자동차에게) 현대차가 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중국과 인도에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 경쟁력을 높여야하는데 올해 중국에서 반한감정이 일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구개발비 규모 역시 업계에서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