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환 DGB생명 사장이 조만간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데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올해 들어 DGB생명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불확실한 점도 오 사장의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 사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끝난다. 2015년 1월 취임한 뒤 2016년 1월 연임에 성공해 3년 가까이 DGB생명을 이끌어오고 있다.
첫 번째 임기 때 단숨에 DGB생명을 흑자로 돌려놓은 뒤 DGB생명은 지난해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갔으나 올해 들어 실적이 후퇴했다.
DGB생명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누적 순이익 99억2484만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1% 줄어들었다.
DGB생명이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 사업비가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소형사로서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은 2015년 NH농협금융지주로부터 우리아비바생명보험을 인수해 DGB생명을 세우고 DGB생명을 앞세워 비은행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지만 DGB생명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DGB금융을 종합금융지주사로 만들기 위해 비은행계열사들의 성장을 독려했다.
DGB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42억 원을 거둬 DGB금융의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 3분기에는 DGB캐피탈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DGB캐피탈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10억 원을 거뒀다.
오 사장 역시 지난해 초 DGB생명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생명보험사 가운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른 보험사와 차별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세 차례 경찰수사를 받으며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는 점도 오 사장의 연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사장 인사는 전적으로 지주사 회장의 뜻이 크게 반영되는 만큼 박 회장이 거취에 따라 오 사장의 입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
박 회장은 8월 비자금 의혹을 받기 시작했을 무렵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오 사장은 박 회장이 DGB금융 회장을 맡고 있을 때 영입된 외부인사로 박 회장의 임기 안에서 연임에도 성공하는 등 박 회장의 기대를 받고 있았다. 오 사장은 DGB생명 대표를 맡기 전 교보생명과 미국 푸르덴셜생명, 한화생명 등에서 일한 보험 전문가다.
다만 DGB생명의 실적 악화가 오 사장이 DGB생명의 장기적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기 사업비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오 사장의 연임이 결정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DGB생명은 다른 생명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보장성보험을 늘리고 있다.
DB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를 2957억 원 거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늘어났다.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3분기 누적기준으로 45.9%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포인트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