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실적에 당분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거래가격이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부진한 반면 가상화폐를 벌어들이는 데 사용되는 채굴장치분야의 D램 수요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가격이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가상화폐 가격변동이 반도체업황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송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최근 스마트폰과 PC 등 IT기기 수요가 급감해 반도체 가격하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 PC 출하량도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반도체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파악했다.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채굴장치에 사용되는 D램 판매량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증해 PC용 D램 판매량과 유사한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연산으로 벌어들일 수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량의 D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탑재된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가상화폐 채굴을 목적으로 특수설계된 채굴장치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자연히 메모리반도체 수요변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송 연구원은 “가상화폐 가격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채굴기향 D램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반면 가격이 떨어질 경우 중고 D램이 시장에 대량으로 풀릴 가능성도 높아 반도체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평균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가상화폐 가격이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뒤흔들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송 연구원은 “향후 D램 가격전망을 살피려면 가상화폐의 가격변동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인 만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