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행장은 2015년 1월 SC제일은행장에 취임했을 당시 SC제일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소매금융 부진을 꼽았다.
박 행장은 ‘제일’이라는 브랜드 없이는 소매금융을 다시 살릴 수 없다고 보고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흑자전환을 약속하며 회사이름의 변경을 요구했다. 2016년 4월 기존 ‘SC은행’이 지금의 ‘SC제일은행’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의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겼다.
SC제일은행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총여신 가운데 가계를 대상으로 한 여신이 24조5288억 원에 이르는데 박 행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4년 말보다 32.8% 늘어났다. 올해 9월 말 기업 여신은 12조2546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2014년 말보다 2.24% 줄어들었다.
박 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약속한대로 임기 가운데 흑자전환도 이뤘다.
SC제일은행은 2015년 2858억 원 적자를 냈는데 2016년 순이익 2245억 원을 거둬 당시 2년 동안 이어졌던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지난해 전체 순이익보다 높은 2377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둬 박 행장의 연임가도에 청신호를 켰다.
박 행장이 악화된 소매금융사업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왔던 만큼 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박 행장의 연임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 이전에는 외국인들이 SC제일은행장을 맡아왔는데 외국인 은행장들은 국내 출신과 비교해 SC제일은행의 현지화 영업에 성과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있었던 만큼 소매금융에 소홀했다.
SC제일은행은 10년 동안 외국인 인사들이 행장을 맡았고 박 행장은 SC제일은행의 첫 한국인 출신이다.
박 행장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삼성카드 등 다른 업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소매영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데 소비자들과 접점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이런 제휴방식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주요 매장에 뱅크샵 또는 뱅크데스크 등 초소형 영업점을 설치해 소매점들의 영업시간동안 조그만 점포에서 은행 영업도 하고 있다.
또 최근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마블 판권을 보유한 월트디즈니와 제휴를 성사해 SC제일은행의 통장과 카드에 마블 캐릭터를 입혀 고객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4월부터 캐릭터 금융상품이 출시됐는데 현재 신규 고객이 출시 전보다 40% 이상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