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행장은 기존 은행업무를 비대면채널을 중심으로 펼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추진하면서 7월부터 점포 90곳을 차례대로 줄여나가고 있다.
비대면채널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실제로 이탈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씨티은행의 원화예수금은 9월 기준 22조5199억 원으로 6월보다 1조1천억 원가량 불었다. 점포당 평균 원화예수금도 2194억 원으로 6월보다 330억 원가량 늘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초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신 한국씨티은행 및 제휴사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수수료를 모두 없애는 등 창구거래보다 비대면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다.
비대면채널의 핵심으로 꼽히는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내놓은 모바일뱅킹인 ‘뉴씨티모바일’과 인터넷뱅킹서비스인 ‘뉴인터넷뱅킹’은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주최한 ‘2017년 스마트앱어워드’와 ‘2017 웹어워드코리아’에서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박 행장은 노조와 여론의 반발 뚫고 점포 통폐합을 추진했는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조짐이 생기면서 한국씨티은행의 디지털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고객의 디지털 경험과 WM(자산관리)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소비자금융 사업모델 변경'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고객만족에 중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모바일과 인터넷, 오프라인 점포의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전산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전환을 통해 몸집은 작지만 강한 영업력을 갖춘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익성이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3분기에 순이익 551억 원을 냈는데 1년 전보다 15.7% 줄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9월 기준 0.45%로 국내은행 평균 0.56%를 밑돌았다.
박 행장이 추진한 비대면채널 강화전략은 올해 초 ‘파격적 행보’로 평가됐지만 그 뒤 인터넷전문은행이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데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으로 모바일채널을 재정비하면서 특색이 사라졌다는 말도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한국씨티은행은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지점 통폐합을 실시하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시장의 지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영업규모와 주요 사업부문의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은행의 종합적인 시장지위 변화 및 총자산순이익률(ROA)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추이를 살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