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7-12-07 16: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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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지분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이 보유한 차입금 현황 등을 살펴볼 때 앞으로 두산밥캣 지분을 시장에 더 내다 팔 가능성도 있다.
▲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두산인프라코어는 7일 증시 시작 전에 보유하던 두산밥캣 지분 400만 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348억 원을 확보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상당히 뜻밖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1월 두산밥캣을 상장하면서 보유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나머지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이 끝난 11월 중순 이후부터 두산밥캣 지분의 일부 매각이 추진될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으나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봤다.
두산밥캣 주가가 최근 1년 동안 3만3천 원~4만800원 사이의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산밥캣 주가가 충분히 오른 뒤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에 두산밥캣 주식을 1주당 3만3700원에 처분했다. 이는 최근 1년간 주가흐름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순차입금(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것) 4조504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년 만에 순차입금 규모가 6535억 원이나 늘었다.
내년 1월에 1250억 원, 4월에 1100억 원, 10월에 1700억 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일정까지 고려하면 두산인프라코어가 이자비용 감소와 회사채 상환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두산밥캣 지분의 매각을 서둘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동안 자본항목으로 인식했던 신종자본증권을 4분기부터 부채에 반영하게 돼 부채비율이 급증할 것”이라며 “부채비율 증가에 대한 부담이 두산밥캣의 지분매각을 부추긴 것”이라고 바라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에 400만 주를 매각하면서 잔여지분을 놓고 보호예수기간으로 90일을 설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가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가 계속해 두산밥캣 지분을 조금씩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가는 바라본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하면서 두산그룹이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율은 기존 69.88%에서 65.88%(두산인프라코어 55.33%, 두산엔진 10.55%)로 줄었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두산밥캣 지분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모두 처분할 수 있다는 말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조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내년 10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와 관련해 채무재조정이 아닌 상환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면 추가적으로 두산밥캣 지분을 약 5%가량 매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산밥캣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 않다”며 “시장상황을 봐 가면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