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내년부터 64단 3D낸드 기술을 적용한 고용량 모바일 낸드플래시를 공급한다.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이른 시일에 뒤따라 같은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동안 3D낸드 기술우위를 앞세워 지켜오던 모바일 낸드플래시시장 지배력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5일 반도체전문지 에이낸드테크에 따르면 도시바는 최근 고객사들에 64단 3D낸드 기반 모바일 낸드플래시 샘플의 공급을 시작했다. 내년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탑재를 노리고 있다.
도시바의 메모리 신제품은 32기가부터 256기가 고용량까지 다양하게 출시되며 64기가 제품 기준으로 초당 최대 900메가의 읽기속도, 180메가의 쓰기속도를 보인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해 내년부터 공급을 앞둔 64단 기반 512기가 낸드플래시 신제품과 비교해 쓰기속도는 느리지만 읽기속도는 다소 앞서 콘텐츠 이용에 더 적합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64단 3D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하며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모바일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 성과를 냈다. 올해 64단 기반 메모리 증설투자에도 막대한 금액이 투입됐다.
차세대 공정인 96단 3D낸드를 이른 시일에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당분간 64단을 주력공정으로 삼아 물량공세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40%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데 내년 출하량은 올해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독주체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연말부터 세계에서 가장 앞선 72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 가장 먼저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이처럼 3D낸드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이며 특히 모바일기기용 저장장치 공급에 집중해 그동안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왔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SSD 저장장치 등의 수요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애플과 화웨이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을 선점해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도시바가 내년을 목표로 모바일용 64단 3D낸드 공급을 본격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강력한 새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3D낸드 기술과 생산시설을 모두 공유하고 있다. 도시바에 뒤이어 웨스턴디지털도 같은 제품을 출시하며 고객사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웨스턴디지털은 그동안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을 반대하며 불안한 협력관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협상안을 꺼내들며 향후 벌어질 공동 생산투자에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도시바가 양산해 공급을 앞둔 64단 3D낸드 기반 메모리. |
도시바는 이미 낸드플래시 신규공장 증설을 시작했고 기존 생산라인에도 계속 시설투자를 벌이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에 신제품 출하량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낸드플래시 생산효율과 성능을 높일 수 있는 3D낸드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업체에 우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이 빨라지며 안심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낸드플래시 주요 매출처였던 모바일 저장장치 공급을 놓고 본격적 경쟁이 펼쳐지는 것은 애플 등 고객사와 가격협상을 벌이는 데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계속된 메모리반도체 가격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커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에 의존을 낮추는 방안을 적극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가 실제 3D낸드 양산에 성공해도 기술적 특성상 수율을 단기간에 높이기는 쉽지 않다”며 “당분간 상위업체의 기술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