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면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문재인 정부 들어 교섭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문재인 정규직화 정책 발맞춘 노조 파업에 '속앓이'

▲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


노조는 고액의 연봉을 받고도 매년 임금협상 교섭 때면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대차 노조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상위조직인 금속노조에서 6월 현대차그룹 계열사 17곳의 노사가 재원을 분담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청년고용 창출을 위한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변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일자리연대기금 제안을 놓고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금속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와 회사가 절반씩 출연해 사회연대기금 또는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해서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일자리 문제에 사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감사하다”고 말해 현대차는 적잖이 속앓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입장에서 노무문제 자체를 감당하기도 버거운데 정부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10월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에도 문재인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5~8일 부분파업하고 5일부터 모든 공장에 촉탁계약직과 일용직 투입을 막기로 했다. 촉탁계약직은 비정규직 유형 가운데 하나다. 2년 미만 근무하기로 계약한 노동자로 현장 노동자가 산업재해나 파견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한시적으로 일한다. 

현대차 노사는 2015년 4월 협의회에서 촉탁계약직을 줄여가기로 합의했는데 노조는 당시 현대차 울산, 전주, 아산공장에서 일하는 촉탁계약직이 3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정규직과 함께 일하는 촉탁계약직 수는 2천여 명으로 알려졌다. 노조 조합원이 모두 5만1천 명인 점을 감안하면 촉탁계약직 수는 적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교섭 기간에 파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나 성과급 때문인데 올해는 비정규직 문제를 부각해 여론 등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며 “회사는 경영상황이 악화해 이전 수준의 임금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안에 교섭을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연말로 갈수록 회사를 압박하는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앞서 성명서 등을 통해 촉탁계약직뿐만 아니라 그룹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불법 및 탈법경영 등을 지적하면서 회사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4883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현재까지 호급상승분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 불가, 성과급 200%+100만 원 등을 제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