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아이폰X’에 처음 탑재한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 공급업체를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올레드 공급으로 큰 이득을 보고 있는 데다 수요 증가에 대응한 대규모 생산투자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동훈 대표가 애플의 다변화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독점공급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LG디스플레이와 공급물량을 나눌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아직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생산수율이 50% 미만에 그치고 있어 안정적 수준의 양산기술을 확보하려면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내년 6월 완공되는 올레드 신규공장을 애플 공급 전용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 신제품부터 탑재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애플이 일반적으로 6월쯤 아이폰 신제품의 부품업체를 확정하는 만큼 공급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공급이 이른 시일에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온다.
중국 BOE가 애플 공급 전용으로 올레드패널 생산시설을 운영하겠다며 적극 영업에 나선 점도 이런 관측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디지타임스 등 대만 전자매체에 따르면 BOE는 애플과 이미 긍정적 방향으로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보다 더 일찍 올레드 신규 공급업체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와 BOE는 중소형 올레드사업에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최소 수년 늦게 뛰어든 만큼 생산능력과 수율 등 기술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업체들이 일제히 공격적 생산투자를 벌이는 점을 볼 때 올레드 기술확보에 충분한 자신감을 찾았거나 이미 애플과 공급계약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를 개발한 뒤 본격적 대량양산을 시작하기까지 6년 정도가 걸렸다”며 “후발주자의 올레드시장 진출은 쉽지 않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다른 업체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디스플레이와 BOE가 내년부터 곧바로 아이폰 올레드패널 공급에 성공한다고 가정해도 사업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초반에는 낮은 수율과 가동비 부담 등으로 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품질에 유독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점도 삼성디스플레이 이외 후발업체들에 더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하는 올레드패널 수율은 초반에 낮은 수준을 보이다 11월 들어서야 정상화됐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돌았다.
올레드패널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LG디스플레이와 BOE가 아이폰용 패널을 공급할 경우 자연히 수율확보는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공급체제를 무너뜨릴 경우 공급을 확대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만큼 애플을 상대로 활발한 구애를 펼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 독점공급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힘쓸 수밖에 없다. 대규모 증설을 위한 투자가 최근까지 계속 이어진 만큼 공급물량이 줄어들 경우 실적도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
▲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애플 '아이폰X'. |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공급가격을 낮추거나 충분한 물량의 공급을 약속하는 등의 방식으로 애플 독점공급체제를 강화하는 전략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올레드 공급업체 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체들 사이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패널가격을 낮춰 공급할 경우 애플이 디스플레이업치를 다변화할 이유는 줄어든다.
내년부터 애플이 올레드를 탑재한 모델 수를 늘릴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분한 물량의 공급을 책임지기로 한다면 애플이 무리하게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탁월한 영업수완으로 애플의 올레드 탑재 결정에 크게 기여한 ‘영업전문가’으로 꼽힌다. 최근 연말인사에서 대표이사에 오른 만큼 영업전략에 더 힘을 실을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애플 공급 가능성을 고려해 올레드 투자를 늦추고 있다”며 “애플의 공급사 다변화 여부가 올레드사업에 큰 변수이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