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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트프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
피차이가 구글의 2인자로 오르면서 인도 출신이 IT업계의 양대 제국을 모두 이끌게 됐다. 피차이는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인도 출신 기술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구글과 MS라는 거대 IT기업을 이끌게 되면서 그 무게가 완전히 달라졌다.
인도 출신 경영자들은 권위적이지 않으며 직원들과 인간적 관계를 맺는다고 알려져 있다. 나델라와 피차이 역시 인도인 특유의 친화력과 차분한 태도로 조직원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MS와 구글은 직접 부딪치는 일이 많지 않았다. 구글은 검색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에 치중했고 MS는 PC 운영체제(OS)와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 영역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델라가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을 들고 나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구글과 MS는 모바일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경쟁상대가 됐다.
인도 출신인 나델라와 피차이는 어떻게 거대 IT기업의 수장에 오른 것일까? 그들은 과연 어떤 대결을 펼치게 될까?
◆ 서로의 영역에 파고드는 MS와 구글
MS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를 바탕으로 구글의 클라우드시장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오피스는 MS의 최대 수익원이다. MS는 오피스로 2013회계연도 영업이익의 60%에 해당하는 161억9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피스의 중심이 저렴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넘어가면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MS가 수익성 악화까지 감수하며 ‘원드라이브’를 넓히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원드라이브는 구글의 ‘구글 드라이브’와 경쟁하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MS는 성능이 앞서는 오피스를 바탕으로 원드라이브로 클라우드시장을 넓히려고 한다.
나델라는 최근 각국 지사에 “더 이상 개별 소프트웨어 판매는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전면전을 벌이는 클라우드 영역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구글도 MS의 양대 사업영역인 PC용 OS와 업무용 소프트웨어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5월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G전자, 레노버, 델 등 제조사와 함께 PC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구글은 이 자리에서 크롬북 시리즈를 선보였다. MS의 윈도 운영체제(OS) 대신 구글이 만든 크롬 운영체제를 탑재한 데스크톱과 노트북PC다.
크롬 OS는 윈도보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30% 이상 저렴한 가격과 온라인 기능을 무기로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MS가 장악한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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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오른쪽)이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함께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다.<뉴시스> |
◆ 사실상 구글 CEO가 된 순다르 피차이
나델라가 MS의 수장에 오를 때 함께 거명됐던 인물이 바로 구글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른 피차이다.
피차이는 래리 페이지 구글 CEO의 오른팔로 통한다. 그는 안드로이드·앱스·지도·검색·구글플러스·광고·전자상거래·연구 등 구글의 주요사업을 지휘하면서 사실상 구글의 2인자 자리를 굳혔다.
래리 페이지는 경영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나 구글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해 현재 크롬·안드로이드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다.
피차이는 1972년생으로 인도 과기대(IIT)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왔다. 스탠포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그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맥킨지앤컴퍼니 등에서 근무했다.
피차이는 래리 페이지와 함께 중요한 자리에 얼굴을 내비치며 그 존재감을 키워 왔다.
두 달 전 왓츠앱 CEO인 얀 쿰이 회사를 페이스북에 190억 달러에 팔려고 하자 래리 페이지가 팔지 말라고 설득했는데 그때 페이지와 함께 간 사람은 소셜 서비스 담당 빅 군도트라가 아니라 피차이였다.
작년 가을 페이지가 네스트를 인수하고 싶었을 때 네스트 CEO인 토니 파델을 설득하려고 보낸 사람도 피차이였다.
◆ 피차이, 팀 쿡 같은 리더십
구글의 직원들은 피차이를 차기 CEO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피차이는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인 팀 쿡 애플 CEO 같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 안다는 것이다.
피차이는 팀원의 호흡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간부들과 함께 일할 때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고 협력하며 일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피차이 팀은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았다. 당시 사파리를 만드는 애플이나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 등도 구글 파트너였는데 구글이 경쟁상품을 내놓으면서도 이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피차이는 외교적으로 이 일을 풀었다.
피차이는 부드러운 성격으로 구글 안에서 많은 직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끈기와 인내심이 강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피차이는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구글에서 일했을 때 팀원들이 정당한 업무평가를 받게 하려고 메이어의 사무실 앞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피차이는 과감한 결정도 내린다.
올해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협력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에게 “의견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피차이는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데 이어 2012년 구글앱스 부문까지 맡았다. 이어 2013년 3월 '안드로이드 아버지'로 불렸던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안드로이드까지 맡게 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순다르 피차이가 구글을 사로잡은 이유’라는 주제로 피차이 부사장의 성공비결을 소개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피차이의 강점으로 공감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협업을 잘하며, 상황판단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피차이에게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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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 나델라가 바꿔내는 MS
MS는 나델라가 CEO가 된 지난 2월부터 급진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나델라는 CEO가 되기 전 MS의 클라우드와 온라인사업그룹의 행정총괄을 맡아왔다. 나델라는 그동안 다소 보수적 인사라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나델라는 MS를 공격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나델라의 혁신적 행보는 취임 직후부터 확인할 수 있다. 나델라는 취임 한 달 만에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그동안 MS 제품에만 작동하도록 제한했던 전략을 바꾼 것이다.
그는 인도 스마트폰업체로부터 윈도폰 사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에 밀려 미미한 점유율에 그치고 있는 MS가 더욱 개방적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나델라는 또 IBM과 리눅스 같은 기존 경쟁업체들과 제휴를 맺으며 클라우드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나델라 취임 이후 MS는 모바일기기 판매가 늘고 클라우드 서비스 등 기업대상 사업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우선”이라는 나델라의 성장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S는 지난 9월 마감한 회계 1분기에 45억4천만 달러, 주당 54센트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의 전망치를 모두 웃도는 것이었다.
◆ 나델라의 강점, 포용력
나델라는 인도 출신이다.
196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나 카나타카마니팔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그뒤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나델라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잠깐 일한 뒤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했다.
나델라 CEO는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며 “전기공학을 공부하면서 개발에 열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1992년 MS에 입사해 22년 동안 승진가도를 달려왔다. MS의 빙 검색엔진 총괄, 비즈니스사업부 부사장, 온라인서비스 연구개발사업부 부사장에 이어 2011~2013년 MS의 190억 달러 규모 클라우드사업을 총괄하는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부사장을 지냈다.
나델라 CEO는 지난 2월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스티브 발머 MS 전 CEO에 이어 3번째로 CEO 자리에 올랐다. 나델라는 차기 마이크로소프트 CEO로 언급됐던 스티븐 엘롭 전 노키아 CEO와 앨런 멀렐리 전 포드 회장을 제치고 수장을 맡았다.
당시 업계와 언론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나델라는 함께 이름이 거론되던 인물들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로 내성적이라는 부정적 평가까지 나왔다.
호탕한 목소리와 쇼맨십을 보여주던 발머 전 CEO 같은 카리스마와 사업적 감각이 없다는 의견부터 ‘MS에서 가장 빌 게이츠와 비슷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나델라는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뚜렷한 강점도 지니고 있다. 조직원 사이의 소통과 공유를 중시하며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을 발견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조직도와 조직의 벽이 있으면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혁신을 위해서 조직의 벽을 넘어 목표와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델라의 포용력은 직원들의 자존심이 강하고 격렬한 논쟁이 잦은 MS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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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 친화력 있고 차분한 인도식 리더십
인도 출신은 친화력이 있고 권위적이지 않은 편이라 기업 수장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가 스위스 세인트갤런대 조사를 인용한 보도를 보면 인도 출신 경영인들은 부하직원들과 격의 없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인도 출신들이 전통적으로 다져온 리더십 스타일은 상급자나 하급자들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관계를 잘 맺는 데 있다”며 “직원들을 진심으로 보살핀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직원들의 강한 연대를 이룰 수 있게 되고 결국 이것이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또 인도 출신 인물들이 특히 미래지향적이면서 장기적 전략에 강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인내심이 많은 편이란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인들은 “기업은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더 높은 차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나델라도 CEO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해 “우리는 불가능 안에서 믿음을 가져야 하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없애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인 특유의 침착함을 강점으로 꼽는 전문가도 많다. 인도인들에게 친숙한 요가, 명상을 통해 흥분과 동요를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사리 판단할 줄 안다는 설명이다.
또 인도가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 다종교 국가이기 때문에 타인이나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높고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위크에 소개된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 연구보고서 ‘인도식 리더십의 DNA’는 인도 출신 CEO의 강점을 유연성이라고 보았다. 미국, 영국식 교육을 받아 서구식으로 생각하되 행동기준은 인도식이어서 영미권의 경영방식과 인도문화와 접목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런 유연성은 뜻밖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