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팬오션의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건조일감을 중국 조선사에 뺏겼지만 수주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이 중국 조선사인 뉴타임스조선(New Times Shipbuilding)에 초대형광석운반선을 6척 발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에 팬오션 발주 선박 뺏겼어도 조선3사 수주 경쟁력은 굳건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왼쪽부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팬오션은 11월 말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회사인 발레와 2조 원 규모의 장기운송계약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팬오션은 앞으로 27년 동안 발레로부터 공급받은 철광석을 운송하는 일을 맡게 돼 이를 위해 초대형광석운반선 6척을 중국 조선사에 발주했다.

팬오션뿐 아니라 폴라리스쉬핑, 에이치라인해운, 대한해운, SK해운 등 국내 선사들은 최근 발레와 철광석을 대상으로 한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초대형광석운반선을 27척 발주했다. 

국내 선사가 발주한 물량 가운데 가운데 17척만 국내 조선사가 수주하고 나머지 10척은 중국 조선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조선사의 저가공세에 국내 조선사가 밀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국내 조선사의 경쟁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이 중국 조선사에 초대형광석운반선을 발주한 것을 놓고 벌크선부문에서 선가하락 현상이 벌어지거나 국내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 약화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확대해석”이라며 “발주처의 성향에 따라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된 것일 뿐”이라고 바라봤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과 대한해운이 초대형광석운반선 발주를 준비할 당시 중국 조선사로부터 팬오션과 비슷한 입찰가격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폴라리스쉬핑과 대한해운은 중국 조선사의 저가 제안을 물리치고 현대중공업에 초대형광석운반선을 발주했다. 

발주처가 추구하는 가치가 수익성인지, 품질인지에 따라 중국 조선사와 국내 조선사 중 어느 곳에 일감을 맡길지 결정될 뿐이라는 얘기다.

초대형광석운반선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의 주력선종이 아니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 연구원은 “초대형광석운반선은 벌크선의 일종인데 이는 중국 조선사가 원래 강점을 보이던 부문”이라며 “한국 조선사가 중국보다 높은 가격으로 초대형광석운반선을 수주한 게 오히려 특이하게 여겨질 정도이며 국내 조선사의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파악했다. 

벌크선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아 중국 조선사가 이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50%를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는 벌크선부문 시장점유율이 8%에도 못 미친다. 벌크선은 계약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비교적 떨어지는 만큼 조선3사가 벌크선 수주에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한 연구원은 “팬오션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벌크선 가운데 23%를 뉴타임스조선에 맡길 정도로 중국 조선사와 협업을 많이 해왔다”며 “팬오션이 중국 조선사에 초대형광석운반선을 발주한 것을 놓고 이상현상으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