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찬바람 부는 유통업계에서 이마트의 사업구조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의 중심축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 정 부회장은 온라인사업의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시장에서도 점유율 싸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는 월마트와 비슷한 행보가 두드러진다.
월마트는 올해 연초부터 대대적으로 적자점포를 폐점하고 공격적 온라인 진출에 나섰다.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 역시 올해 이마트 적자점포 매각을 결정하면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덩치를 줄였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점에 이어 울산 학성점이 문을 닫아 지난해보다 2개가 감소했다.
해마다 덩치를 키워오던 대형마트사업에서 외연확장보다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바꾼 셈이다. 1993년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 1호점을 낸 이후 매년 점포 수를 늘려왔는데 24년 만에 전략을 선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는 전년 대비 매출성장률이 0.0%로 멈춰버렸다. 0.9%를 기록한 백화점보다도 성장률이 떨어지는 만큼 정 부회장이 경영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이런 의도가 눈에 띈다.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이마트는 품질관리와 가공식품 등 상품구성(MD)부문에 승진자가 집중됐다. 이마트를 포함해 신세계 등 유통 계열사의 임원 승진자 57명 가운데 17명이 상품, 영업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
대형마트는 제품 경쟁력이 집객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인사에서도 상품구성 강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상품 차별화를 위해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자체브랜드(PB)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브랜드는 2015년 매출이 270억 원이었지만 올해 매출은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브랜드 전문점 매장 수도 지난해 말 7개에서 올해 80개가량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두타몰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입점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주류사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고 있는데 이 역시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주류는 전통주를 제외하면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9월 소주 ‘푸른밤’을 내놓으면서 소주시장에 뛰어들었다. 푸른밤은 출시 한 달만에 130만 병 이상 팔렸으며 최근 몽골 수출도 확정됐다.
이마트의 주류사업 확대는 제조업에 손을 뻗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구성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와 별개로 온라인사업 비중을 늘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마트몰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내내 30% 이상의 총매출액 신장률을 보이며 1조 원이 넘는 사업부로 성장했다. 초기에 투자비용으로 발생하던 적자도 규모의 경제 효과에 힘입어 줄어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몰의 김포 온라인물류센터 가동률은 역시 80%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인수합병을 포함해 온라인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올해 안에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