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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분화, 늘어나는 초고가 명품 수요

장윤경 기자 strangebride@businesspost.co.kr 2014-11-16 21: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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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의 분화, 늘어나는 초고가 명품 수요  
▲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 키톤 회장

상위 1%를 겨냥한 최고급 명품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시장을 '위버럭셔리시장'이라고 한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일반명품보다 많게 10배 이상 비싼 초고가 명품시장을 말한다. 이런 명품을 사는 사람들을 '위버럭셔리족'이라고 부른다.

명품시장은 이제 상위 1%를 대상으로 삼는 ‘위버럭셔리(최고급 명품)’와 ‘합리적 가격대의 고급품’으로 나뉘어지고 있다. 이런 분화 과정서 최고급 명품들은 희소성의 원칙들을 철저히 지킨다.

최고품 명품시장의 성장은 우리 사회에도 그만큼 갑부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 이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깊어지고 부의 쏠림이 심화하면서 수백억 원 또는 수천억 원의 자산가들이 늘어났다. 

최고급 명품 시계의 관계자는 “우리들의 대상은 현금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300억 원 이상의 자산가”라고 잘라 말한다.

우리나라 최고급 명품시장의 성장을 반영하듯 이런 명품회사들은 백화점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 전시관이나 전문관을 설립하고 있다. 또 이런 명품회사 CEO들도 한국을 방문해 최고급 명품시장의 성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상위 1%만 아는 명품 브랜드들

이탈리아에 3대 수제 정장 브랜드가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키톤이다. 키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남성 정장 브랜드다.

키톤은 ‘이건희 슈트’로 유명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키톤의 양복을 좋아해 이탈리아에 방문할 때 직접 들러 양복을 맞추곤 했다.

키톤의 양복 한 벌은 800만 원에서 1200만 원 정도다. 물론 더 비싼 것도 있다.

키톤의 고객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엘튼 존, 톰 크루즈, 조지 클루니 등 유명스타들이 고객이다. 아프리카나 이집트, 유럽 왕국의 왕이나 귀족들도 키톤의 정장을 구매한다.

키톤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5대에 걸쳐 직물업계에만 종사해 온 치로 파오네 일가가 1968년 글로벌 브랜드로 선보였다.

세계 5대 명품 시계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은 가장 싼 시계가 2천만 원 정도다.

특히 바쉐론 콘스탄틴은 중국 관광객들이 선호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서 중국인의 매출비중이 40%에 이른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번 추석연휴 때 중국인의 은련카드 기준으로 매출 2위에 올랐다. 은련카드는 중국 신용회사가 내놓는 신용카드로 중국인들은 주로 은련카드를 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회중시계는 2010년 국내에서 미술품 경매에 등장해 1억25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시계의 예상 낙찰가는 5천만 원이었는데 훨씬 비싸게 팔렸다. 이 회중시계의 첫 주인이 조선의 왕 ‘순종’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바쉐론 콘스탄틴은 명품 가운데 명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탄생했다. 명품시계 브랜드 가운데 233년의 역사를 지녔다.

쇼메는 세계 최고의 보석 브랜드다. 나폴레옹시대부터 왕실 전용 보석상으로 지정됐다. 쇼메도 가격이 적게 수백만 원, 많게 수억 원대에 이른다.

나폴레옹은 쇼메의 보석을 대관식 때 칼의 보석장식으로 사용했다. 그의 연인 조세핀도 쇼메의 보석을 좋아했다. 그뒤 쇼메는 유럽 상류층의 호화스러운 결혼예물의 상징이 됐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명품의 분화, 늘어나는 초고가 명품 수요  
▲ 후안 카를로스 토레스 바쉐론 콘스탄틴 CEO

◆ 희소성을 올리는 수공업 방식과 한정된 수량


상위 1% 명품의 공통된 전략은 전통적 제조방식을 고수하고 생산수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키톤의 경우 장인들이 일하는 공방과 함께 장인을 키우는 학교까지 운영해 손으로 직접 양복을 만든다.

키톤은 이렇게 양성된 장인들이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손으로 정장을 직접 만들고 있다. 장인들은 셔츠 하나를 만드는데 17단계의 수공정을 진행한다.

쇼메도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작의 모든 단계를 장인정신으로 제작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도 시계 제작의 대부분을 장인 한사람 한사람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전통을 고집한다.

이런 명품들은 수작업 원칙을 지키면서 1년에 생산하는 양이 한정돼 있다.

키톤은 1년에 세계 매장에서 2만 벌 정도의 양복만을 내놓는다. 수제구두를 만드는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인 실바노 라탄지는 하루에 딱 7켤레, 1년에 2천 켤레만 제작한다.

◆ 명품시장의 분화, 최고급 명품이 선택한 길

명품으로 꼽히는 구찌는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하락했다. 구찌는 15년 전만 해도 명품의 대명사로 군림했지만 현재 매출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제품군과 가격대를 다양화하면서 명품의 ‘대중화’를 시도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구찌는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이들이 유행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제품군을 확대하고 가격대를 넓혀왔다.

구찌의 이런 시도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놓았고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렸다.

프랑스의 기업 컨설팅업체 피에르 프랑수아 르 로에의 넬리 로디 회장은 “구찌는 지금 다른 명품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대가 너무 넓고 지나치게 많은 제품과 대형매장을 세워놓고 있다”며 “구찌 제품들은 이전보다 독특하지 않다”고 말했다.

명품회사들은 대개 대중화와 차별화라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런 선택의 길에서 최고급 명품들은 차별화 길을 걸어간다. 상류층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태도는 합리적 소비와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상위 1%를 대상으로 삼는 명품회사들은 이들의 입맛에 맞는 명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어떤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10% 인상하면 수요가 2~3%정도 줄어든다고 해도 전체 매출은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명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루이비통은 물량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희소성이 생명인 명품의 존립근거 자체가 흔들리면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명품 소비자들은 희소성을 지닌 더 높은 가격대의 명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위 1%를 대상으로 삼는 명품회사들은 한정적 수량과 엄격한 품질을 더욱 고집한다. 이런 명품회사들은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 기업의 비전에 주목한다. 희소성을 유지해 더 많은 매출을 거둘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최고급 명품회사들은 가족경영을 고수한다. 지분을 가족과 친척끼리 나눠 보유한다. 그래야 기업철학이 계속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키톤의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49) 회장도 창립자인 삼촌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키톤은 다른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천천히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테이스 회장은 "우리 사명은 최고의 원단으로 최고의 기술자들이 만든 최고의 정장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VMH그룹도 가족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꿨다가 최근 가족경영체제로 다시 복귀했다. 에르메스도 지금까지 뒤마 가문의 가족경영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명품의 분화, 늘어나는 초고가 명품 수요  
▲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이 지난해 4월 지하 1층에 까르띠에 제품을 파는 명품 시계매장 ‘파인 워치메이킹 부티크’를 열었다

◆ 커지는 한국의 상위 1% 명품시장


한국에서도 상위 1%를 대상으로 하는 최고급 명품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위버럭셔리족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명품시장이 커지면서 명품시장도 급속히 분화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명품들을 1~2개 정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희귀성이 떨어지자 더욱 희귀성이 강한 명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환 갤러리아백화점 차장은 "명품소비는 샤넬 퀼팅가방이나 에르메스 켈리백, 롤렉스 시계처럼 선망이 되는 아이템을 사려는 계층과 남들이 소유하지 못한 희귀명품을 찾는 계층으로 나뉜다"면서 "악어백이나 컴플리케이션 워치처럼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초고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품시장이 최고급 명품을 찾는 ‘위버럭셔리’와 ‘합리적 가격대의 고급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싼 명품 브랜드나 이른바 중간급 명품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여성용 가방에서 최고급 가죽으로 꼽히는 악어백 수요가 크게 늘었다. 3천만~4천만 원짜리 에르메스 악어백은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다. 콜롬보와 콴펜, 낸시곤잘레스 등 악어백 전문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2012년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했다.

시계와 보석류도 마찬가지다. 시계와 보석류는 최상급 명품시장의 중심이다. 최근 대다수 명품 브랜드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지 않지만 최고급 시계와 보석은 다르다.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갤러리아명품관은 2009년 4월 ‘하이주얼리&워치’ 매장을 연 이래로 매년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가 시계와 보석류 판매는 2010년 21%, 2011년 18%, 2012년 38%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1~10월 명품시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6%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명품시계 매출이 19.3% 늘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유층은 2008년 8만6천 명에서 지난해 17만 명으로 5년 사이에 2배 가량 늘었다.

한 수입브랜드 회사의 관계자는 "고가 시계의 주요 구매층은 현금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300억 원 이상 자산가"라고 말했다.

최고급 시계나 보석의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부자들의 과시욕 때문이기도 하지만,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 명품들은 희소성이 워낙 강해 구매 뒤에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의 이철승 대표는 “고객들의 진정한 명품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아시아시장에서 롤스로이스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가량 늘었고 한국에서도 최근 수입차 점유율은 물론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등과 같은 초고가 럭셔리카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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