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내년 업황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와 실적추정치도 이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D낸드 기술발전과 공정전환 속도가 결국 반도체 공급과잉을 완화하고 차별화 경쟁력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내년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분명한 위험요인이 있다”며 “상반기에 낸드플래시 가격하락, 하반기에는 중국업체의 반도체 증설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주력상품인 D램을 놓고 증권가에서 대체적으로 우호적 전망이 나온다. 서버용 D램의 수요급증과 모바일 D램의 탑재용량 증가세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사업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업황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국내외 분석기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여러 경쟁업체들이 내년부터 신규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향후 3~4년 동안 대규모 생산투자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공격적 전략을 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과잉을 주도해 가격하락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이미 정점을 찍었고 내년부터 주요기업들의 영업이익에도 뚜렷한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27일 이런 분석에 반응해 하루만에 5% 이상 급락하는 등 충격이 확산됐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금액은 30조 원, SK하이닉스의 투자는 10조 원 정도로 역대 최대규모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투자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유력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단순히 생산증설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증권사의 예상과 같은 심각한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D램 미세공정전환과 3D낸드를 적용한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에 들이는 투자금액이 기술적 특성상 이전보다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 실제 생산증가폭은 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2D낸드를 3D낸드로 전환할 때 일어나는 생산감소와 64단 이상 3D낸드의 낮은 수율을 고려하면 한국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큰 폭의 업황악화를 이끌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메모리반도체 공정전환에 집중하는지, 또는 생산증설에 대부분 사용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만큼 업황을 놓고 불안은 계속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D낸드 기술의 발전속도가 결국 내년 반도체 공급량과 가격흐름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까지 3D낸드 수율개선과 공정전환에 고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72단 3D낸드 등 최신 공정의 발전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차선책으로 48단 제품 등의 증설투자에 나서 물량공세로 전략을 선회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양산계획은 경영전략상 문제로 예측하기 어렵다”며 “올해 양산 성공 여부는 내년 초 정도에 발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로 10나노급 D램과 64단 3D낸드 등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벌일 수 있는 공정전환에 집중했다면 수십조 원의 대규모 투자가 업황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의 사업확대 의지를 꺾기 위해 대규모 물량공세로 업황 악화를 일부러 주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3D낸드 생산공장. |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홈페이지에 낸 분석자료에서 “삼성전자가 3D낸드에 역대 최대규모 투자를 벌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의 점유율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공정인 96단 3D낸드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 64단 제품에 우선 대규모 생산투자를 벌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D낸드 공정기술에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눈에 띄게 앞서나갈 경우 업황악화가 실제로 벌어져도 타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체질을 갖춰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낸드플래시 물량공세로 시장판도가 굳어져 모건스탠리의 전망과 같이 심각한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의 주가 변동폭이 커진 것은 반도체업황이 여전히 리스크에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