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경영행보를 확대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가신집단으로 꼽히는 부회장단의 입지 변화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그룹 부회장 입지 변화는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7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3년 동안 언론에 노출된 행보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2015년에는 월 평균 1회 정도 등장했지만 2017년 11월에 7회로 늘어날 정도로 빈도가 늘었다”고 파악했다.

그는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의 행보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2017년 들어서는 9월 단 한 번의 대외활동에서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부회장은 올해 들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자동차시장은 물론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 미국 순방길 동행,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참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국빈만찬 참석 등 공식성상에도 현대차를 대표해 참석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은 9월 긴급 중국 대책회의를 주재한 것을 제외하면 2017년 들어 외부에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행보는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크게 진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몽구 회장은 2015년과 2016년에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2016년 연말에 정몽구 회장을 대신 현대차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2017년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도 직접 주재했다. 

또 2017년 들어 전략기술연구소·영업전략실·제네시스전담사업부·현대크래들을 신설하고 해외 권역별 자율경영제도를 도입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조직개편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2017년 들어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행보가 변화했는데 그 특징은 △법인장 회의 주관 △내부조직 변경 및 이동 △미래기술 관련 법인 및 연구소 신설 △해외 시장조사 및 법인 직접 방문 등 네 가지”라고 파악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는 데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는 점 때문에 현대차그룹 부회장들의 입지가 올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변화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달려졌고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부회장 9명 가운데 정몽구 회장의 가신집단으로 꼽히는 7명(나머지 2명은 오너 일가인 정의선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입지가 변화할 경우 이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시작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3개 계열사를 투자와 사업회사로 각각 분할한 뒤 3개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점쳐졌다. 

김 연구원은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대주주의 의지, 적은 비용, 투자자의 동의라는 요건을 갖춰야한다”며 “현대차 또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현대차 또는 현대모비스 단독으로 지주회사를 세우면) 막대한 비용과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3개 회사를 각각 분할한 뒤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