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2015년 외환은행과 옛 하나은행의 통합이라는 과업에 집중하느라 비은행계열사들을 키우는데 뒤쳐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돈이 부족해 비은행계열사들의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취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3조9157억 원에 인수했고 그 뒤 전산통합 등 통합비용으로도 해마다 막대한 자금을 지출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그룹의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스’를 중심으로 은행과 카드, 금융투자 등 계열사 사이의 시너지를 확보하거나 계열사별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금융도 비은행계열사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이나 계열사에 자본확충을 고려해볼 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 기준으로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2.75%로 높아진 만큼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비은행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높다”고 바라봤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보통주 자본비율을 연말까지 12.5%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훌쩍 넘어섰다. 하나금융은 9월 말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이 12.74%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 11.35%, 지난해 말 11.77%, 올해 3월 12.41%, 6월 12.59%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치솟았던 이중레버리지비율도 9월 말 기준으로 124.77%로 낮아져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 아래로 떨어졌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란 자회사에 출자한 자금 등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인데 높을수록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확대 및 사업다각화 여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8%인 점을 감안한다면 하나금융이 자본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경우 117.4%이다.
하나금융이 부영그룹에게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을 팔아 9천억 원가량의 자금도 확보한 점도 자금력에 숨통이 트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회장은 2014년 초 비전 선포식에서 외환은행과 옛 하나은행이 합병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당분간은 사실상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면서 투자여력을 확보할 기간을 3년으로 잡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상위 7개 증권사들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에 돌입한 만큼 자본기준 8위사인 하나금융투자 역시 자본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하나생명 역시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 하나금융 비은행계열사들의 자체적 노력을 넘어선 지주사 차원의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에 자본확충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며 “최근 UBS그룹으로부터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도 인수하는 등 비은행계열사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