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한 결과 배터리 확보에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기술력이 앞선 한국업체가 테슬라를 대신해 글로벌시장에서 수주기회를 잡거나 테슬라에 직접 배터리를 공급하며 중대형배터리 실적성장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
23일 에너지전문매체 그린테크미디어에 따르면 테슬라의 배터리공장에서 양산차질이 장기간 계속되며 테슬라가 수주한 여러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가 계획보다 수개월씩 늦춰지고 있다.
테슬라는 2015년부터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호주정부 등 전 세계 주요기관들의 대형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소규모 사업장과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사업 수주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테슬라는 배터리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테크미디어는 “테슬라가 배터리 물량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계속된 사업지연으로 테슬라는 고객사의 신뢰와 실적에 모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파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배터리 양산 문제로 연말 출시를 앞둔 전기차 신제품 ‘모델3’의 공급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3 양산목표를 최대 20만 대로 제시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등 증권사는 블룸버그를 통해 실제 생산물량은 목표치의 1% 미만인 1200대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과 전략적 협업으로 배터리를 모두 자체생산해 조달하는 만큼 배터리 공급부족이 자연히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린테크미디어는 테슬라가 최근 호주정부의 에너지저장장치 수주에 처음으로 외부업체인 삼성SDI의 배터리를 공급받은 것이 배터리 물량부족의 뚜렷한 증거라고 해석했다.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하는 테슬라의 고객사 대부분은 정부 지원정책 등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의 사업진행이 늦어질 경우 정책변화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일부 고객사의 프로젝트는 최대 5개월 정도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테크미디어는 텍사스 오스틴에너지 등 일부 기관들이 이미 테슬라의 프로젝트 지연에 대응해 삼성SDI와 LG화학의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를 대신 수급받는 계약을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그린테크미디어를 통해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공급부족에 대응해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력제품인 전기차 생산차질까지 사태가 번진 만큼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SDI와 LG화학이 모두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기업과 협력해 중대형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의 사업차질로 수주기회를 확대하며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가 기존에 수주한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의 지연으로 고객사가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SDI의 중대형배터리 수급비중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다.
▲ 테슬라가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는 에너지저장장치. |
경제전문지 IB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테슬라가 전기차에도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 탑재를 진지하게 검토하며 협력을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IB타임스는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심각한 배터리 수급차질이 계속되며 가능성이 충분해졌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주요고객사의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는 대부분 각형과 파우치형 중대형배터리가 탑재된다. 테슬라만 거의 유일하게 이런 제품에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SDI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원통형 배터리 기술개발과 생산증설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진 점이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을 늘릴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 관계자는 “특정 제품의 증설현황이나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