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통해 현대자동차 해외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가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응답해야할 때라는 말도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15일까지 7박8일 동안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3곳을 순방하는 중에 적극적으로 세일즈 외교를 펼치면서 현대차가 가장 수혜를 볼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 문재인 세일즈 외교에 지배구조 개편으로 화답할까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문 대통령은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자동차 분야에서 특별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과 사드보복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한국산 배터리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전기차를 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사드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이었다.

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현대차와 삼성전자를 언급하며 시베리아횡단열차(TSR) 이용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7년 들어 중국, 미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판매부진을 겪으면 인도에 이어 동남아 등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에서 연일 현대차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현대차는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데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된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문 대통령의 이런 지원이 한편으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로 재벌개혁을 꼽았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현대차 해외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김 위원장은 현대차에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2월을 대기업의 자발적 개혁 시한으로 못 박았는데 11월 초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5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와 공식석상에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을 꼽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승계 문제와도 엮인 탓에 해법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현대차 해외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현대차그룹은 경영난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이 어렵다고 말하기가 곤란해진 측면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밖에서는 국내기업에 힘을 실으며 안에서는 재벌개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대차도 문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화답하기 위해 성의를 보여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