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여승주 한화그룹 사장이 한화그룹 사장단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하며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들을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차 회장과 여 사장이 협력해 문재인 정부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등의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남규 여승주, 한화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한화그룹이 17일 실시한 사장단인사를 계기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의 다섯 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세 명이 한화그룹의 금융부문에서 나왔다. 차 부회장과 여 사장을 비롯해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차 부회장이 새롭게 재편된 3인 부회장 체제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나타낸 만큼 그룹에서 차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기존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1인 부회장 체제에서 3인 부회장 체제로 개편됐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가 한화그룹의 전체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한화그룹의 금융부문 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 부회장이 공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등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들은 3분기에 순이익 7703억 원을 냈는데 한화그룹 전체이익의 53.38% 비중을 차지했다.

차 부회장은 경영조정위원회의 4개 부문 가운데 금융부문의 위원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경영조정위원회는 각 부문 위원장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그룹 전반에 걸친 중요사항을 협의하고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그룹 내 최고자문기구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을 금융부문, 유화·에너지부문, 건설·서비스부문, 방산·제조부문 등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차 부회장이 한화생명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만큼 기존에 한화생명이 들고 있던 한화금융계열사의 ‘맏형’ 입지도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보인다.

한화생명은 자산규모나 수익 면에서 다른 금융계열사들보다 우위에 있고 한화금융계열사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 지분 100%, 한화손해보험 지분 53.75%, 한화손해사정 지분 100%, 한화금융에셋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 역시 사장으로 오르면서 한화그룹 금융부문 컨트롤타원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 사장은 경영기획실에서 한화금융계열사들과 관련한 구체적 업무를 보고 있다. 여 사장은 한화 금융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한편 금융계열사 간 조정이 필요한 일들을 검토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한다.

경영기획실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인사·재무·경영관리·법무·홍보·금융 등 전반적 그룹 현안 업무를 담당한다.

◆한화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의 과제

차 부회장과 여 사장은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에 발맞춰 금융계열사들을 정비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여승주 한화그룹 사장.


금융그룹 통합감독이란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의 개별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금융계열사도 포함해 그룹 전체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방식을 말한다.

금융위원회가 통합감독 적용대상을 놓고 구상하고 있는 세 가지 안에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모두 해당되는 만큼 한화그룹은 이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감독 제도가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금융계열사에 전가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만큼 리스크 전문가로 꼽히는 여 사장이 금융계열사들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 부회장과 여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관련한 대응책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금융계열사들은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비교적 지분정리가 깔끔한 상황이지만 한화와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화생명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화건설과 한화가 한화생명 지분을 각각 28.40%, 18.15%를 보유해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한화가 한화건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최상단에는 결국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을 22.65%,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각각 한화지분을 4.44%, 1.67%, 1.67% 보유하고 있다.

한화와 한화건설이 한화생명 의결권에 제한을 받게 된다면 한화와 한화건설은 물론 김승연 회장까지 한화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위협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화그룹 차원에서 추진된 금융컨트롤타워는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승계를 마련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계열사를 직접 관할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차 부회장이 과거부터 한화그룹 오너일가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은 차 부회장이 김 상무의 경영수업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