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북미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전기차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며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그동안 내수시장 공략에 집중하다 해외진출을 위해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생산투자도 적극 늘리고 있어 삼성SDI와 LG화학은 안심하기 어렵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17일 외신을 종합하면 비야디(BYD)와 CATL 등 중국 상위 배터리업체들이 공격적 생산설비 투자확대로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2위 업체인 CATL은 2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투자금을 마련해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까지 계획된 CATL의 생산투자가 마무리될 경우 일본 파나소닉을 뛰어넘고 전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사인 중국 비야디도 정부 지원을 받아 투자를 늘리는 한편 헝가리와 브라질, 인도와 프랑스 등에 생산공장을 지으며 글로벌 주요 완성차고객사 확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받아 내수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급성장한 반면 해외시장 진출에는 고전해왔다. 기술력을 아직 검증받지 않았고 인지도 역시 낮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업체들은 배터리사업에 경험이 많고 기술력도 앞서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화증권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SDI와 LG화학의 1~9월 전기차배터리 합산점유율은 15.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포인트 급증했다. CATL과 비야디의 합산점유율은 3.1%포인트 떨어졌다.
홍종모 유화증권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은 내수시장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시장진출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북미와 유럽 등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모두 한국 또는 일본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업체들이 해외진출을 노리며 전략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시장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대부분 한국업체와 비교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리튬인산철 방식의 배터리를 주력상품으로 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경쟁력 확보에 고전해왔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업체와 같은 NCM(니켈 코발트 망간)배터리, 파우치형 배터리 등 신기술을 중심으로 중국업체의 생산설비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본격적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투자공세을 벌여 지난 3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우세했던 배터리시장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CATL은 이미 폴크스바겐과 BMW 등 유럽 완성차업체에도 전기차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삼성SDI의 전기차배터리 주요고객사로 꼽힌다.
▲ 중국 CATL이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팩.
삼성SDI와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열리는 초기에 진입해 선점효과를 보며 실적을 꾸준히 개선해왔지만 아직 아직 전 세계 전기차시장이 완전히 열리지 않아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기에 맞춰 중국업체들이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공급과잉이 발생하거나 가격경쟁이 벌어져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수익개선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밀도와 안전성 등 전기차배터리 핵심기술에서 중국업체들이 한국과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G화학과 삼성SDI도 전기차배터리 수요확대와 경쟁업체들의 증설에 대응해 시설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시장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며 방어전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연구원은 “LG화학은 이미 전 세계 20곳 이상의 완성차고객사를 확보했고 전기차배터리 생산능력을 3~4배로 끌어올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삼성SDI도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어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의 강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