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이 확정된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SK그룹 집단경영체제로...최태원 최재원 등기이사 사임  
▲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은 4일 SK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SK 측은 "최 회장이 회사 발전을 위하고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모든 관계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SK주식회사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아직 임기가 남은 SK하이닉스, SK C&C 등의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난다.

최 회장은 “SK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각 CEO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SK 측은 전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SK E&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 형제가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기로 한 것은 실형 확정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도 있지만, 수감상태에서 '옥중경영'이 쉽지 않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에 의한 집단 경영체제가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K그룹은 일단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정점으로 한 집단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계열사별 전문경영인들이 책임경영을 구현하는 쪽으로 나아가 최 회장 사임에 따른 총수공백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오너 부재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사촌형제인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등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형기를 2년11개월이나 남겨두고 있어 최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최 회장이 중간에 풀려나도 취업제한 규정 등을 당장 경영복귀가 쉬지 않은 만큼 SK그룹의 오너십 위기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임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CJ E&M, CJ CGV, CJ오쇼핑 등 3곳의 임기가 끝나는데, 임기만료와 함께 사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현재 CJ, CJ제일제당, CJ CGV, CJ대한통운·GLS(통합), CJ E&M, CJ오쇼핑, CJ시스템즈 등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 기소된 지난해 7월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는 손 회장을 비롯해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주식회사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4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집행유예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식회사한화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