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예비입찰에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매각 기대감이 높아졌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어떤 기업들일까?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미국 설계기업 에이컴에 시선 집중

▲ 마이클 S. 버크 에이컴(AECOM) 최고경영자.


1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13일 마감된 대우건설 예비입찰에 미국 건축설계기업 에이컴(AECOM)과 미국 부동산 투자개발기업 TRAC그룹, 호반건설 등 1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건설관련 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는 전략으로 유명한 에이컴의 인수전 참여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컴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미국 화학기업 애쉬랜드에서 건축엔지니어링과 컨설팅,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와 1990년에 설립된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다.

에이컴은 설립 초기부터 다수의 건축설계와 건축디자인, 건설컨설팅 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짜고 엔지니어링기업 마운셀, 글로벌 건축환경디자인기업 EDAW, 환경관리기업 ENSR과 RETEC그룹 등을 품에 넣었다.

2014년에는 에이컴보다 덩치가 큰 미국 건설사 URS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스페인 컨설팅기업 ACE인터내셔널컨설턴트와 미국 건설관리기업 헌트컨스트럭션그룹도 인수했다.

활발한 인수합병 덕에 2002년만 하더라도 연간 매출이 20억 달러를 밑돌았던 에이컴은 지난해 매출 174억 달러를 내 대형건설사 반열에 올랐다. 해외 건설전문지 ENR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에이컴은 매출기준으로 올해 글로벌 81위 건설사에 올랐고 건축디자인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에이컴은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신도시사업과 인프라공사 등에 강점을 보유한 대우건설의 역량을 살펴보기 위해 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에이컴은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의 건설관리를 맡았으며 새롭게 지어진 원월드트레이드센터의 7개 건물 가운데 4개 동을 지은 경험이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미국 설계기업 에이컴에 시선 집중

▲ 문정민 TRAC그룹 회장(왼쪽),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재미동포 사업가인 문정민 회장이 설립한 미국 부동산 투자개발기업 TRAC그룹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문 회장은 2004년과 2009년 대우건설 매각이 추진됐을 때도 TRAC그룹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2009년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도 했으나 산업은행이 자금조달부분을 문제삼아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문 회장은 TRAC그룹을 통해 해외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10월에 50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전후재건 및 신도시사업권을 따냈는데 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에 다시 도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 회장은 한국경제의 과도기에 글로벌 경영을 추구했던 대우그룹의 몰락을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공능력평가 13위인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의 인수전 참여도 관심이 쏠린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이 추진되기 전부터 잠재적 인수후보로 꼽혀왔다. 현금과 현금성자산으로만 4천억 원 넘게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이 17% 수준에 불과한 만큼 매각가격이 2조 원에 이르는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파악됐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자체 아파트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통해 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푸르지오’로 주택사업에 강점을 갖춘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단숨에 대형건설사로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