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시공능력과 주택브랜드 인지도 등에 강한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김상열 회장이 보수적 경영을 펼치는 점을 감안할 때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을 완주할지는 불확실하다.
◆ 호반건설, 왜 대우건설 관심 보이나
1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13일 마감된 대우건설 예비입찰에 호반건설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실이 내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를 놓고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등장한 것은 뜻밖이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대우건설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될 때마다 국내 주택시장의 성장둔화 가능성과 해외 플랜트사업 등을 이유를 들어 인수전 참여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이 대형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를 잡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호반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에 오른 중견건설사다. 호반건설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높은 건설사는 대기업 소속 건설사들을 제외하면 부영주택만 남는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아직 대형건설사와 겨룰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호반건설은 주요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2005년경 처음으로 수도권에 발을 들였고 2015년에는 수도권 재개발사업까지 진출했다. 2015년에 서울시 송파구에서 호반베르디움 아파트를 분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반포7차아파트, 방배경남아파트, 방배14구역 등의 재건축·재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했지만 수주에 모두 실패했다.
호반건설이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아파트브랜드 선호도에서 밀려 강남권에서 재건축사업의 시공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10%가량의 지분이라도 좋으니 강남권 재건축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몇몇 대형건설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르지오’라는 아파트브랜드를 소유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단숨에 강남권에서 호반건설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호반건설은 평소에도 아파트를 잘 짓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유명 아파트 브랜드까지 흡수하면 주택사업 경쟁력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해외사업 등 글로벌 네트워크도 손에 쥘 수 있어 호반건설을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는 건설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김 회장은 부동산시장이 아무리 활황이라 하더라도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주택분양 실적과 현금흐름을 자세히 꿰뚫고 있을 정도로 안정적 경영을 추구하는 데 인수합병에서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SK증권 본입찰 당일에도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임원들을 불러 건설업과 다른 새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것에 확신이 있는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흥행할 경우 인수에 쏟아야 하는 자금이 2조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김 회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445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의지가 확고하다면 자금 차입과 컨소시엄 구성으로 인수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주택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 ‘승자의 저주’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