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에서 KT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연장 논의에 불이 불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연장되지 않도록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 경쟁회사들을 설득하는 데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T 유료방송 점유율 상한선 육박, '합산규제’ 연장 막기 '발등에 불'

▲ 황창규 KT 회장.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합산규제 상한선과 가까워지면서 규제 연장 여부를 놓고 유료방송사업자들 사이 의견대립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TV(IPTV)의 2017년 상반기 시장점유율을 발표했다.

KT는 IPTV에서 606만5731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19.92%를 차지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320만6301명의 가입자로 점유율 10.53%를 보였다.

두 회사의 가입자를 합치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30.45%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0.27%포인트 올랐다.

현행 방송법과 IPTV법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한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상한선에 더 근접해졌다.

KT의 점유율이 오르자 2018년 6월 효력이 끝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KT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점유율을 계속 늘리고 있는 만큼 경쟁 활성화를 위해 합산규제를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케이블TV회사 등 KT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료방송회사들은 규제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규제가 연장되면 KT는 조만간 유료방송 가입자를 더 이상 유치하기 어려워진다. 

KT는 합산규제가 예정대로 폐지돼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현재는 합산규제 연장에 찬성하고 있지만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CJ헬로비전(현 CJ헬로)와 인수합병을 추진했고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인수할만한 유료방송회사를 찾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다른 유료방송사의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지금의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13.38%, 10.42%다. 현재 매물로 나온 케이블TV회사 딜라이브를 인수한다고 가정한다면 두 회사의 점유율은 단숨에 20%를 넘어서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CJ헬로를 인수했다면 합산규제 연장에 찬성하는 입장에 섰을 것”이라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지난해 규제완화를 조건으로 케이블TV회사 인수합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KT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자고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산규제의 연장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상한선을 지금의 33%보다 높여 당장 유료방송 가입자를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8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와 2위 사업자의 점유율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합산규제는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점유율 상한선을 40%이상으로 늘려 우선 KT가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