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2일의 짧은 국빈방한을 마치고 한국을 떠났다.
돌출스런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기행, 방한을 앞두고 불거진 사회 일각의 반(反)트럼프 정서, 미국의 통상압력, 위태로운 동북아 정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긴장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그 어느 역대 미국 대통령보다 극찬하고 높게 평가하며 기분좋게 방한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정점에 있었던 8일 국회연설은 정쟁을 일삼던 여야 모두 한미동맹이 강화됐다고 호평을 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찬사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이뤄낸 것은 큰 감명을 준다”며 "한국의 과학·공학기술, 작가들, 음악가, 학생들, 심지어 골프선수들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한반도에서 이룩한 것은 한국의 승리 그 이상”이라고도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과도한 수사는 한국과 북한의 상황을 극명하게 대비하기 위한 장치로 읽혀진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문제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현안인데 북한을 완벽하게 압도할 때 미국의 드높은 위상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한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극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엇인가 걸리는 대목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극찬 뒤에는 한국을 이렇게 만든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고 한국이 이제 미국을 위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깔려있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이 입은 피해를 강조한 뒤에 한국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경제규모는 350배, 교역은 1900배 증가했다고 축하를 보낸다. 그러더니 미국 주식시장의 활황, 낮은 실업률, IS에 거둔 승리, 사법부 강화 등 “미국도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제 행정부 안에서 완전한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이 어떤 나라보다 잘 되길 원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너무 성공적인 국가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이 전쟁의 비극을 뚫고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미국 덕분이라는 트럼프의 자신감이 깔려있는 것이다.
사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동,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에서 많은 나라들을 지원했는데 한국만큼 기적적 성장을 이룬 나라는 없다. 이 때문에 ‘위대한 미국’ 사상을 공유하는 미국 보수층에서 한국은 미국의 성공사례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경선에서 경쟁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2015년 한 강연에서 “한국은 미국의 성공 스토리”라고 언급했고 마이크 켈리 공화당 의원 역시 언론 기고에서 “한국은 미국이 가장 성공한 외교정책 사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으로 실리도 챙겼다.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불신의 시각이 많았는데 방한을 계기로 그러한 시각이 다소 완화됐다. 방한 기간 내내 돌발행동이 없었고 오히려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행보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는 성과도 거뒀다. 통상채널에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상당부분 균형추를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놓고 ‘대단한 장사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찬사와 함께 한미동맹 강화, 국방력 증진이라는 명분을 얻었다. 다만 실리면은 이제부터 따져봐야 한다. 무기 구입 협의와 한미FTA 개정협상 테이블이 곧 펼쳐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평가는 분명히 기분 좋은 일이다. 분열과 정쟁으로 얼룩진 정치환경, 양극화와 저상장에 허덕이는 경제상황 속에서는 더욱 달콤하게 느껴진다.
명분 만큼 중요한 것이 실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띄워주면서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챙길 것을 모두 챙겼다. 우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한에서 얻은 명분만큼 앞으로 챙길 실리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