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에게 금호 상표권의 무상사용을 허용하라는 산업은행의 요구를 받았지만 묵묵부답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 상표권을 통해 거둬들이는 이익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 정상화에 보탬이 되는 만큼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암묵적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가 금호타이어의 금호 상표권 놓고 묵묵부답인 까닭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산업 관계자는 8일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금호타이어와 금호상표권을 무상으로 쓰게 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요구를 이행할 경우 형법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을지, 공정거래법상 부당거래에 해당할 소지는 없는지 등을 놓고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10월26일 금호타이어로부터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무상으로 양도하고 금호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를 받았지만 답변기한인 10월30일을 넘긴 지금까지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

최근 금호타이어의 계열 분리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금호타이어가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애초 ‘금호타이어’라는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가 계열사 통합 과정에서 금호산업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상표권 협조를 요구하는 문서를 다시 보내 6일까지 입장을 밝히라고 금호산업에 통보했지만 금호산업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합의한 내용을 문서화하기 위해 명시적 답변을 요구했다”며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을 경우 향후 재매각 과정에서 더블스타 매각절차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도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금호타이어와 금호 상표권 사용료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정상화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회장은 최근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물러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계열사를 챙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상표 사용의 대가로 연결기준 매출의 0.2%를 해마다 금호산업에 내고 있는데 그 사용료가 지난해 기준으로 60억 원에 이른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매출의 0.4%, 영업이익의 14.1%의 해당하는 금액을 금호타이어가 내는 상표권 사용료로 거둬들인 셈이다.

상표권 사용료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인 만큼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사용료는 금호산업 수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금호산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2.17%에 그쳤다.

 
박삼구가 금호타이어의 금호 상표권 놓고 묵묵부답인 까닭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향후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재매각할 경우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체력을 키워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 없이 금호타이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쥐고 있을 경우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료를 매수가격에 감안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향후 금호타이어가 재매각 수순을 밟을 경우 입찰에서 다른 입찰자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최근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서도 금호타이어에 상표권을 놓고는 영구적으로 사용권한을 허용하기로 했을 뿐 상표권을 양도하거나 포기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채권단 자율협약 아래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1월 안에 금호타이어 실사를 끝내고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