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스마트폰 외에 태블릿PC, 노트북 등 세컨디바이스 가입자 유치에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를 늘리는 데 한계에 부딪히자 새 매출원을 확보하기 위해 무선사업의 영역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KT, 스마트폰 둔화에 반값요금으로 세컨디바이스 가입자 유치 힘써

▲ 황창규 KT 회장.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반값요금’ 혜택 등을 내걸며 세컨디바이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본격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컨디바이스란 스마트폰 외에 태블릿PC나 노트북, 웨어러블 등의 기기를 말한다.

KT는 7일 대만 노트북제조사 에이서와 손잡고 LTE노트북 ‘에이서원13’을 출시했다.

KT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일반 노트북보다 저렴한 40만 원대로 제품을 출시했다. LTE노트북은 일반 노트북과 달리 LTE 네트워크가 지원되는 만큼 통신요금도 내야 해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기존에 KT에서 7만 원대 이상의 스마트폰요금제를 쓰는 고객은 LTE노트북 통신비를 50% 할인받을 수 있다. 또 KT는 기존 스마트폰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요금제도 내놓으며 LTE노트북의 대중화를 노리고 있다.

KT는 인공지능 스피커, 태블릿PC 등의 세컨디바이스 판매에서 이미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KT가 올해 1월 말에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는 10개월 만에 누적판매 30만 대를 넘어서며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의 판매량을 앞질렀다. KT는 기가지니 크기의 4분의 1 수준인 ‘기가지니미니’를 올해 안에 출시해 판매량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KT는 태블릿PC 가입자도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보다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는 9월 말 기준 태블릿PC 가입자가 39만1300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39.1% 증가한 것으로 SK텔레콤의 22만6700명, LG유플러스의 8만3700명을 크게 앞서고 있다.

KT가 세컨디바이스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위주의 무선사업만으로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수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써도 점유율을 늘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기존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세컨디바이스에도 가입한다면 점유율을 늘리지 않고도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KT는 3분기 무선사업에서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이 3만460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렴한 요금의 세컨디바이스 가입자가 늘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KT는 내부적으로 가입자당 월평균매출 대신 결제계좌당 평균매출(ARPA)라는 지표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컨디바이스 가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입자당 월평균매출은 더 이상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KT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 하락은 세컨디바이스 가입자가 늘어났다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기존 통신가입자를 세컨디바이스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무선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초 “통신시장 트렌드가 기존 가입자 유치보다 세컨디바이스 등 신규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기존 무선 가입자는 단순 숫자보다 우량화에 집중하고 세컨디바이스에서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