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7-11-08 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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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 지분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8일 “한화종합화학 주식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삼성물산은 현재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20.0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이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 한 곳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매각하려는 지분은 2015년 추진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 당시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넘기지 않고 남겨둔 지분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지분가치가 5천억 원 안팎이었으나 현재 석유화학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지분가치가 1조 원 안팎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보유주식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재무제표를 놓고 볼 때 재무구조 개선 이외의 다른 이유로 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투자금융업계에서 나온다.
삼성물산 부채비율은 3분기 말 기준으로 90%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에 이어 부채비율이 두 번째로 낮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부채총액은 22조7천억 원 수준으로 다른 대형건설사(7조~10조 원대)와 비교해 많은 편이지만 넉넉한 자본덕에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올해 8천억 원이 넘는 회사채를 모두 현금으로 갚았다는 점도 삼성물산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 패션, 레저, 식음료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각 산업의 특성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성장이 거의 정체되고 있다.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매출을 연평균 10%대씩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더 매입하기 위해 자금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2분기 말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4.57% 보유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43.44%)와 삼성엔지니어링(6.97%), 삼성SDS(17.08%), 삼성중공업(0.12%) 등 주력계열사의 지분도 대량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17.08%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더 확보하기 위해 한화종합화학 지분의 매각에 나섰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보험업법 개정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업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13% 가운데 일부를 팔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고려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