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월렛카카오’가 금융시장에 몰고 올 바람은 미풍일까, 태풍일까?
다음카카오의 모바일송금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가 11일 시작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카카오톡 친구끼리 각종 경조사비나 모임 회비 등을 10만 원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50만 원 한도 안에서 물건을 살 때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출금도 할 수 있다.
뱅크월렛카카오가 모바일금융시대의 서막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생활플랫폼 확대 발판되나
다음카카오가 금융결제원 및 국내 시중은행들과 공동으로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11일부터 실시한다고 10일 밝혔다.
|
|
|
▲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
참여 은행은 농협·신한·우리·SC·하나·기업·국민·외환·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6개 은행이다.
스마트폰에 뱅크월렛카카오 앱을 설치한 뒤 은행계좌를 등록하고 본인 인증을 하면 이후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대 50만 원을 충전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으며 카카오친구끼리 하루 최대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또 모바일 현금카드를 이용해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와 출금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리더기가 설치된 매장이나 자동화기기에서 가능하다.
서비스 시작 이후 3~4개월 동안 송금 수수료는 무료다. 그뒤에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기로 했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약 3700만 명의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만큼 성패에 따라 향후 모바일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출시해 한 달 만에 12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다음카카오는 3분기 모바일 매출 증가에 힘입어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뱅크월렛서비스의 성패는 다음카카오의 향후 실적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는 “뱅크월렛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 간 송금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모바일 현금카드를 통한 ATM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반 확대에 발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경조사비 등 소액송금 서비스 인기 끌 듯
전문가들은 뱅크월렛카카오가 도입되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는 친구들끼리 경조사비를 걷거나 모임 회비를 걷는 등 소액송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본다.
결제서비스는 가맹점이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장 크게 활성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안정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카카오톡 사용자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적기 때문에 용돈이나 친구들 간의 경조사비를 주고 받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월렛카카오 출시에 맞춰 시중은행들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뱅크월렛서비스 이용고객 전용통장인 ‘하나월렛통장’을 출시했다. 이 통장은 뱅크월렛카카오의 충전계좌로 등록만 해도 100만 원 이하의 잔액에 대해 연 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또 월 3회 이상 또는 월 5만 원 이상 뱅크월렛카카오 충전 때 최고 연2.0%까지 우대금리를 준다.
우리은행도 다음카카오 제휴 통장인 ‘우리 뱅크월렛카카오 통장’을 오는 11일부터 판매한다. 뱅크월렛카카오 충전 및 환급계좌로 지정하면 잔액 50만 원까지 연 1.0%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외환은행은 ‘SK텔레콤 통신비 결제통장’을 오는 17일 출시한다. 이 통장은 뱅크월렛카카오에 월 3차례 또는 5만 원 이상 충전할 경우 0.5%의 우대금리를 준다.
SK텔레콤 통신비를 자동이체하면서 뱅크웰렛 충전 고객이면 잔액 100만 원까지 금리 1.0%, 급여이체나 적립식 상품 자동이체를 추가하면 2.0%까지 받을 수 있다.
◆아직은 넘어야할 산도 많다
뱅크월렛카카오가 진격 준비를 마쳤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은 보안문제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을 할 수 있어 편리한 면도 있지만 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여전히 나온다.
|
|
|
▲ 뱅크월렛카카오 |
특히 카카오톡은 최근 정부의 사이버 검찰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보안에 대한 사용자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할 경우 서비스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범죄 피해가 일어날 경우 다음카카오와 금융결제원, 은행 중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리는 것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가맹점 확보도 성패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충전한 현금으로 결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려면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가맹점을 확보해야 하나 아직 2%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KDB대우증권의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가 뱅크월렛의 보안과 가맹점 확보에 관해 어느 정도까지 준비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카톡 회원간 송금하기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높은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첫 달 500만 명 이상 가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삼성월렛을 기반으로 옐로페이와 함께 모바일 송금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또 기존 은행들이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스마트 뱅킹서비스 애플리케이션과도 경쟁해야 한다.
수수료를 놓고 다음카카오와 시중은행들 사이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 카카오톡 친구간 자금 이체가 당분간 무료로 진행되는 만큼 수수료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이체 수수료를 받게 되더라도 카카오톡과 수수료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향후 카카오톡과 은행연합군 간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