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미국 부동산개발기업 게일인터내셔널과 함께 추진한 송도국제업무단지(IBD) 개발사업에서 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2년 동안 마찰을 빚어온 두 기업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을 위해 합작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의 지분을 둘러싼 개발이익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 있어 갈등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이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을 놓고 심하게 대립한 포스코건설과 게일인터내셔널을 중재한 결과 포스코건설이 개발사업의 시공을 맡지 않기로 조건부 합의했다.

포스코건설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투입된 공사비(5천억 원)와 금융대출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문제 등을 우선 해결해달라고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에 요청했다. NSIC는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포스코건설과 게일인터내셔널이 합작해 설립한 시행사다.

포스코건설은 사업을 진행하며 짊어진 재무적 부담을 NSIC가 해소해 주면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포스코건설과 게일인터내셔널의 합의로 2년 동안 사업이 중단됐던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포스코건설과 게일인터내셔널은 2002년부터 함께 여의도 면적의 2배 면적인 송도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해왔다. 송도컨벤시아와 채드윅국제학교, 잭니클라우스골프장, 센트럴파크, 동북아무역센터 등 굵직한 건물들은 모두 두 회사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미국 게일인터내셔널 대표인 스탠 게일 회장이 미국 세무당국으로부터 1천억 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두 회사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세무당국은 합작회사 NSIC와 같은 유한회사의 소득을 개인소득으로 간주해 게일 회장 개인에게 소득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게일인터내셔널은 NSIC 수익에 과세가 부과된 만큼 포스코건설도 함께 세금부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이 게일인터내셔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두 기업은 서로 고소·고발을 통한 10여 건의 소송전을 벌였다.

소송전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자 두 회사가 짊어져야 할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시행사 NSIC가 보유한 ‘패키지4’ 토지를 각 회사가 따로 매각을 추진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최근 NSIC가 보도자료를 통해 “게일인터내셔널은 그동안 주주사끼리 갈등을 빚어온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에서 포스코건설을 대신할 신규 파트너사를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포스코건설은 인천경제청의 중재로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원칙으로 게일인터내셔널과 협상을 벌인 결과 재무적 문제만 해결되면 개발사업의 시공을 일체 맡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포스코건설은 합작회사 NSIC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70%는 모두 게일인터내셔널 소유하고 있다.

NSIC는 포스코건설에게 시공을 맡기지 않고 남은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지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되면 향후 개발이익을 둘러싼 이익배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포스코건설도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의 시공에만 참여하지 않을뿐 시행업무에는 관여할 수 있고 개발과정에서 얻은 이익도 나눠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게일인터내셔널은 새 파트너사를 찾는 동시에 포스코건설과 따로 협의를 진행해 지분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