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의 주요 업무인 발행어음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업무에 필요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는데 이 안건이 1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회의를 통과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등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을 말한다.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증권선물위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 5곳의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지정안도 함께 상정했다.
이 증권사들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도 금융감독원의 단기금융업 인가심사를 받고 있지만 이들의 인가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인적·물적 요건과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먼저 마쳤다”며 “다른 증권사 3곳은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남아 심사를 아직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8일 정례회의를 여는데 이때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과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지정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두 안건이 의결될 경우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업무를 처음 시작하는 초대형 투자금융회사가 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위 정례회의를 아직 통과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인가를 받으면 종합금융투자실 태스크포스팀을 정식부서로 바꿔 발행어음 업무 등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6월 종합금융투자실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발행어음 업무를 준비해 왔다. 김성환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에게 지휘를 맡기고 내부 전문인력 10여 명도 배치했다.
김 부사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발행어음 업무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연내에 발행어음으로 1조 원을 조달하고 2018년 4조 원대까지 늘릴 계획도 세웠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도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업무를 가장 먼저 시작할 경우 다른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발행어음을 운용하기 위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투자금융부서의 이익기여도가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는 발행어음 금리를 연 1%대 중후반으로 매길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금리는 증권사의 기존 자금조달 수단인 환매조건부채권(RP)은 물론 은행 정기예금이나 국고채보다 높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업무를 처음 시작할 경우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기업들을 가장 먼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을 빠르게 늘려 다른 투자금융사업의 실탄을 확보할 수도 있다. 국회에 계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4조34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발행어음으로 최대 8조6900억 원을 조달하면 자기자본 13조 원을 넘어선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의 최종성과는 결국 수신자금 운용 등 투자금융역량에 따라 판가름될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최고 수준의 투자금융역량을 갖춘 만큼 이를 십분 발휘해 운용성과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