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조직 운영체계를 개편하고 권역별 자율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단명 신세를 면치 못했던 해외법인장 수난사가 끝날 수도 있다.  

31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글로벌조직 운영체계를 개편하면서 기존 해외영업본부, 마케팅본부, 기획실 명칭을 사업관리본부, 고객경험본부, 기업전략실로 각각 변경하고 업무를 조정했다.  
현대차 글로벌 권역별 자율경영, 해외법인장 수난사 마감하나

▲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왼쪽)과 임병권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원희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사업관리본부, 고객경험본부, 기업전략실을 총괄하게 됐다. 

현대차가 글로벌조직 운영체계 개편에서 해외 권역별로 현장중심의 자율경영 시스템을 정착하는 데 힘을 실으면서 특히 사업관리본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병권 부사장이 사업관리본부장을 맡아 사업관리본부 아래 사업운영전략사업부, 미주관리사업부, 유럽관리사업부, 아중아관리사업부를 이끌게 됐다.

경영전략실장 출신 김선섭 상무가 사업운영전략사업부장을 맡아 임 부사장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권역별 관리사업부장은 주로 해외 생산 및 판매법인을 거친 임원들이 맡게 됐는데, 현대위아 출신 임원도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미주관리사업부장은 이희찬 HAC(현대차 캐나다 판매법인) 업무총괄 이사, 유럽관리사업부장은 최동우 HMMC(현대차 체코 생산법인) 법인장 전무, 아중아관리사업부장은 이강래 현대위아 상무가 각각 임명됐다. 이강래 상무는 현대차 해외서비스실장, 현대위아 영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현대차는 기존에 본사가 주요 전략을 제시하고 생산 및 판매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던 데서 권역별 관리사업부가 현지 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운영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현대차 해외법인이 판매부진을 겪을 때면 해당 해외법인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권역별 관리사업부가 사업 권한을 부여받게 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여 해외법인장 수난사가 끝날 수도 있다. 

현대차는 본사가 해외법인에 높은 판매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해외법인장이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물러나는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면서 외국언론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 현대차 북미법인장이 2016년 12월에 물러나자 미국 자동차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1998년 이후 5년 이상 재임한 현대차의 북미법인장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북미법인장은 본사로부터 판매와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이를 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미와 함께 주요 해외시장으로 꼽히는 중국법인장도 단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재만 고문이 2002년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 설립 때부터 총경리를 맡았다. 이어 백효흠 전 사장이 2011년 총경리에 오른 이후에 2017년까지 거의 매년 베이징현대 총경리가 바뀌었다.

백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최성기 고문, 김태윤 사장, 이병호 부사장, 장원신 부사장 등이 베이징총경리를 잠시 거쳐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