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근 CJ푸드빌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 대표는 동남아시아 매장을 철수하고 프렌차이즈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CJ푸드빌의 만성적자 탈출을 시도한다.
 
구창근, 부실사업 정리로 CJ푸드빌 만성적자 탈출 시동

▲ 구창근 CJ푸드빌 대표.


31일 CJ푸드빌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외식브랜드 ‘비비고’ 매장의 문을 닫기로 하면서 사실상 동남아시아에서 철수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매장의 문을 닫는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과 미국사업을 확대하는 데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은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형쇼핑몰 ‘퍼시픽플레이스’에 비비고 1호점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후 5년 동안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자 내부 논의를 거쳐 매장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로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CJ푸드빌은 인도네시아 진출 당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만 400개 매장을 내겠다고 밝힐 정도로 동남아 공략에 기대를 걸었다.

구 대표는 동남아 철수를 결정한 대신 미국과 중국사업에 더욱 힘을 쏟기로 하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미국에서 5개였던 매장을 올해 9개까지 늘렸다. 중국의 경우 같은 기간 매장수가 15개에서 19개로 늘어났다.

구 대표는 프랜차이즈사업 대신 ‘간편식’에 집중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CJ푸드빌의 재무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프렌차이즈사업은 투자와 유지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갈 수 있어 재무상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간편식 판매는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부담이 적다.

CJ그룹도 간편식에 지원을 늘리고 있다. CJ그룹은 19일부터 22일까지 PGA투어 정규대회인 ‘더 CJ컵 나인 브릿지’을 열었는데 대대적으로 비비고 브랜드와 다양한 간편식을 알리는 데 힘썼다.

CJ푸드빌은 이미 일부 외식브랜드를 정리하기도 했다. 4월 다담, 몽중헌, 더스테이크하우스, 우오 등 4개 브랜드를 CJ제일제당에 넘겼다. CJ푸드빌이 운영하던 외식브랜드 가운데 가격대가 비싼 브랜드에 속한다.

구 대표는 7월17일 대표에 올랐는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첫 인사였다. 이 회장의 측근이자 CJ그룹에서 최연소 경영자라는 꼬리표도 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는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내부 현황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며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면서도 “증권사 연구원 출신인 만큼 앞으로 과감히 사업구조를 정리하고 내실화를 다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은 만성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CJ푸드빌 적자규모는 지난해와 2015년 각각 22억 원, 41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해외적자 규모는 지난해 153억 원, 2015년 203억 원에 이르렀다.

2014년 연결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자본잠식은 회사의 적자규모가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면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를 말한다.

9월 중국 베이징법인과 상하이법인에 각각 100억 원, 76억 원의 채무보증을 서면서 빚보증 규모도 늘어났다. 중국 절강성 법인, 인도네시아 법인 등 올해만 다섯 차례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을 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