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이 노조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을 다시 시작하면서 부담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 노조 집행부가 임단협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데다 국내 생산물량 유지를 위해 파업만큼은 무조건 막아야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윤갑한, 현대차 새 노조와 파업 없이 임금협상 타결할까

▲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


30일 현대차와 노조 등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31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 재개를 위한 상견례를 연다. 노사는 8월28일 교섭을 끝으로 노조 집행부 선거, 추석 연휴 등을 이유로 교섭을 잠시 중단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교섭장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새 노조 집행부와 마주해야 한다.

게다가 현대차가 해외 판매부진으로 국내생산 및 판매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파업까지 가지 않고 2017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지어야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1~3분기 국내 51만7350대, 해외 275만1835대 등 전 세계에서 326만9185대를 팔았다.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국내판매는 7.5% 늘었지만 해외판매는 미국과 중국 판매부진 탓에 8,5% 줄었다. 

이 기간에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국내공장 생산량 비중은 38%로 4%포인트 늘었다. 

특히 현대차가 6월과 9월에 각각 출시한 소형SUV 코나와 제네시스 G70 등 글로벌 신차를 국내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공장 파업은 신차효과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게다가 국내공장에서 코나와 G70 전량을 생산해 해외에도 수출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국내공장 파업으로 신차의 해외 출시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 

국내공장 파업은 현대차 주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연말에 중국, 내년에 미국에서 점진적 개선세를 보이며 주가도 중장기적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연말 주가 변동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3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소폭 상회하면서 무난하게 넘어갔지만 나머지 관건은 임금협상에서 파업 여부”라고 바라봤다.

윤 사장은 기존 노조 집행부와 최대쟁점인 임금 인상안을 놓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새 노조 집행부와 사실상 원점에서 교섭을 재개해야 한다.

노사는 2016년 5월 중순에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했는데 2017년은 노조 집행부 선거, 여름휴가 일정 등을 감안해 보다 이른 4월 말에 상견례에서 만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 노조 집행부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완전 8+8 주간연속 2교대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노조 집행부의 임금인상 요구안에서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또 단체협약과 관련해 △상여금 800%(현재 750%) 지급 및 지급주기 변경 △주간 연속 2교대 포인트 연간 100만(현재 50만) 지급 △연금제도 월 4만 원(현재 2만 원) 지원 등도 회사가 받아들기 쉽지 않은 요구다. 

새 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업하겠다는 뜻도 밝힌 만큼 현대차의 2017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부영 현대차 새 노조위원장은 20일 취임 당일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연내 타결을 위해 시간에 쫓겨 졸속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이 필요하면 할 것이고 파업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투쟁전략을 마련해 당당히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