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패션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브랜드를 꾸준히 확대하고 향수와 화장품사업도 적극 키우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국내 패션업계가 신음하고 있는데 신세계그룹은 정 사장의 뚝심으로 패션사업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다른 패션기업들이 불황을 맞아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은 2013년까지만 해도 8천억 원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2014년 9천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지난해 역시 매출 1조211억 원을 거두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삼성물산과 LF, 코오롱, 이랜드 등을 제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40여개의 해외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자체브랜드보다 해외브랜드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는데 올해 역시 폴스미스와 끌로에 등을 새로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방시, 셀린, 브루넬로쿠치넬리, 알렉산더맥퀸,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스텔라메카트니 등 다수의 명품브랜드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명품브랜드 상표권매매 전문회사 루바니스로부터 프랑스 명품브랜드 ‘폴푸아레’의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한 뒤 100% 자회사 신세계푸아레도 세웠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브랜드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해외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원가가 높아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이지만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면 시즌에 맞게 기획과 생산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정 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합류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부사장은 2014년 말 신세계인터내셔날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백화점도 잇달아 자체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의류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자체 란제리브랜드 ‘언컷’을 선보였다. 언컷은 의류와 화장품, 주얼리에 이은 신세계백화점의 4번째 자체브랜드다.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캐시미어 브랜드인 ‘델라라나’를 출시한 데 이어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럭셔리주얼리 ‘아디르’ 등 자체브랜드를 잇따라 내놓았다.
정 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화장품사업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2017년 2월부터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통해 경기도 오산공장에서 글로벌 뷰티브랜드의 색조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정 사장은 2012년에도 색조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제조사업에 진출했지만 당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올해 가동에 들어간 오산공장에서 비디비치의 제품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보는 국내 패션업계가 불황을 맞아 브랜드 철수 등을 비롯해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신세계의 주력사업인 백화점사업이 유통시장의 변화 등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결국 패션브랜드 강화를 통해 백화점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생활용품과 식음료 등으로 중심이 이동하긴 했지만 다른 백화점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백화점의 차별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건 결국 패션브랜드"라며 "신세계백화점이 다른 백화점보다 고급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에도 명품브랜드의 확보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시장은 수년째 지속되는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가계가 가장 먼저 옷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은 1.6% 성장한 2012년 이후 5년째 계속 1~3% 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패션1본부장 부사장.
정 사장은 패션사업 확대를 통해 패션과 백화점사업의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백화점의 명당자리는 대부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내 유통망에서 몸집을 불린 뒤 다른 백화점으로 뻗어가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패션사업은 브랜드의 유행이 자주 바뀌고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 어려워 뚝심과 의지가 필요한 사업이다. 브랜드의 흥망성쇠가 잦고 트렌드가 계속 바뀌는 만큼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지분 정리를 한 뒤 전공인 패션사업을 강화하며 그룹에서 입지도 탄탄히 다지고 있다. 정 사장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출신이다. 평소 브랜드 출시나 수입 과정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고사 직전이던 브랜드를 인수한 뒤 꾸준한 투자를 통해 브랜드를 완전히 살려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톰보이 브랜드의 부활이다.
2011년 부진에 빠져 있던 톰보이를 인수한 뒤 디자이너 교체 등을 통해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여성복 브랜드 ‘보브’도 인수해 매출 1천억 원이 넘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