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구명을 위해 펼친 여론전을 놓고 지나치다는 부정적 반응이 국토부 등에서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국토부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구명서한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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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내부에서 아시아나항공과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국내 항공사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을 두고 민간협력기구가 나서는 데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반성의 모습을 보이기보다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점에 대해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아시아나항공 항공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국가가 나서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국토부에 보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세계 240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이밖에도 미국 교민단체, 아시아나항공 노조,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43개 항공사 연합 등이 탄원서를 잇달아 제출하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처벌수위를 낮출 것을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도 징계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달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아시아나항공 행정처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에게 징계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아시아나항공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세월호 사고와 환풍기 추락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가 벌어졌던 만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제재수위가 낮을 경우 자칫 국민적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이 사고 당시 담당 조종사 2명을 지난 7월15일 해고한 사실도 5일 밝혀졌다.
업계는 이번 해고가 국토부의 공식적인 입장에 앞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보통 회사의 징계는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조종사의 과실을 인정한 뒤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뤄진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에 대한 과실책임을 물어 조종사를 해고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국토부의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취한 제스처라고 해석한다. 국토부가 낮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자락을 깔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달 안에 아시아나항공에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러 의견을 청취해서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