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GS건설이 ‘비교적 우수한 재무안정성’이라고 밝힌 공시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 2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과징금보다 신뢰가 더욱 중요한 건설사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한 것이 더 뼈아프다. 당장 자금난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임병용, GS건설 허위공시 뒤 회사채 발행 후폭풍  
▲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열어 GS건설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GS건설은 실적악화를 미리 알았으면서도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에는 투자위험을 누락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안건은 오는 12일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20억 원대의 과징금은 공시위반 관련 법규에서 최대금액이다.
 


♦ 부당한 회사채 발행, 분식회계 의혹에 집단소송까지 당해


GS건설은 지난해 2월5일 38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01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이었다. GS건설은 투자설명서를 내놓으면서 투자위험은 최대한 숨겼다. 투자설명서에 “당사는 지속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해오고 있다”며 “비교적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견지해오고 있다”고 명시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월24일 회사채 발행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그런 다음 수요예측 등을 거쳐 발행조건을 확정해 2주 뒤인 2월5일 최종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이틀 뒤 GS건설이 업계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영업손실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GS건설은 2012년 4분기 8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 1분기는 5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2012년 초 공시했던 연간 영업실적 전망은 매출 9조5170억 원에 영업이익 5550억 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내놓은 실적은 매출 8조5310억 원, 영업이익 1332억 원에 불과했다.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76.0%나 적었다.


게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4월에는 신용등급도 A+로 하향조정됐다. 회사채 발행 당시만 해도 신용등급 AA-로 업계에서 우량한 건설회사로 평가받았다. 이런 GS건설의 '재무구조 부풀리기'는 결국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졌다. 국내 주요 펀드의 대부분이 GS건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지난해 1분기 악화된 실적이 분식회계 때문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은 GS건설에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분기에 영업손실 5354억 원, 순손실 3861억 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GS건설이 회계기준을 위반해 원가 추정치를 변경하지 않다가 한꺼번에 손실로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첫 재판은 지난달 24일 진행됐다.
 


♦ 허명수 전 사장 퇴임 후 3두마차 제제에서 원톱으로 올라

임 사장은 GS건설이 지난해 6월 대표이사 체제를 바꾸면서 CFO에서 CEO가 됐다. GS건설은 해외총괄-국내총괄-경영지원총괄의 ‘3두마차 체제’를 유지해오다가 ‘원톱’ 체제로 조직개편을 했다.

이때 오너 2세인 허명수 전 대표이사 사장이 전격 사임해 주목을 받았다. 허 전 사장은 2009년부터 GS건설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왔다. 평소 ‘책임경영’을 강조해 온 그는 최근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면서 장기적으로 회사를 혁신시키기 위해 물러난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자금조달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요즘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자금조달 ‘한파’를 겪고 있다. 은행들이 건설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로 대출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금 규모는 2008년 69조6000억 원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44조2000억 원으로 36.5%나 감소했다. 전체 산업 대출금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0.1%에서 5.6%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GS건설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GS건설은 520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처리해야 한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임 사장은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GS건설은 오는 6월 520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실시하는 한편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의 운영권을 가진 파르나스호텔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서울역 앞 사옥과 문정프라자도 처분했다.


임 사장은 금감원의 규제방침 강화에도 대처해야 한다. 금감원은 향후 '1년 이상 장기계약 공사의 수익인식 적정성 검토 기준'을 마련한 뒤 건설업계 전반에 확대 적용한다.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회계감리도 강화한다. 건설업계는 금감원이 감리 계획을 발표한 후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자발적으로 손실을 대거 반영했다.

임 사장은 이번 실적 부풀리기 회사채 발행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임 사장이 경영지원 총괄 대표이사로 일하는 동안 일어났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업계에서 GS그룹의 ‘숨은 실세’로 불린다. 그는 1984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고 1986년에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세법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하다가 1991년 LG회장실의 상임변호사가 됐다. 1997년 LG텔레콤 상무를 단 지 12년만인 2009년에 GS그룹 경영지원팀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GS건설 경영지원총괄 대표이사(CFO)를 지내다 지난해 6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