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비 기자 yblim@businesspost.co.kr2017-10-18 14: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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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명단에 오르지 않으면서 미국의 각종 제재조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이 한국의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향후 통상압박과 연계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미국 재무부가 18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보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으며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5개국이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정책을 다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이를 통해 환율조작국 또는 관찰대상국을 지정한다.
교역대상국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 국내총생산 대비 외환자산 매입 규모가 2% 이상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 명단에 오르고 2개만 충족할 때 관찰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외환자산 매입규모가 국내총생산의 0.3%에 불과했기 때문에 4월 보고서에 이어 관찰대상국 자리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각종 경제제재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재무부 장관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만약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기업이 환율조작국에 투자할 때 금융지원과 보증을 금지할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압박을 할 수 있으며 무역협정과 연계조치도 실시할 수 있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도 한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간재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뒤 최종재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데 여기서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국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7.4%에 이르렀다. 중국의 대미 최종재 수출을 줄일 수 있는 위험요인이 사라진 만큼 중국을 향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낮아진 셈이다.
다만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상대로 수출의존도를 낮추라는 요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기 때문에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압박 정책에 연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성장을 떠받치기 위해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내수는 취약한 편이다”며 “한국의 경제당국이 내수를 촉진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한국은 발전한 제도와 시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장질서가 어지럽혀지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적지출의 규모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므로 사회적지출을 늘리는 것이 내수 확대에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태양광 부품뿐 아니라 세탁기 수입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비롯한 보호무역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에 올리지 않은 점을 통상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