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회사들이 현대자동차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공략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중국 판매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차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차 '현대차 배우기'는 옛말, 현대차가 중국차 따라 할 처지

▲ 웨이 'VV5s'.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유럽 SUV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판매에서 SUV 비중은 현재 4분의 1 수준에서 2020년 3분의 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창청자동차, 체리자동차 등 일부 중국 완성차회사가 유럽에서 소형차나 픽업트럭을 파는 데 머물러 유럽에서 중국 완성차회사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9월에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유럽공략 의지를 보였다.  

체리자동차는 유럽전략형 SUV인 익시드TX를 선보였으며 창청자동차는 고급 브랜드인 웨이의 중형SUV VV5s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SUV P8 등을 공개했다. 지리자동차도 글로벌브랜드인 링크앤코를 통해 유럽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유럽은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유럽에서 입지를 다지려고 하는 등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며 “글로벌 고객층을 겨냥해 고급브랜드를 선보인데 더해 기술적 진보, 글로벌 부품공급사와 협력 강화, 유럽 전문가로 채워진 디자인 및 관리 조직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넓히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현대차를 참고해 해외진출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유럽은 “창청자동차와 체리자동차는 중국에서 수입차와 비슷한 품질의 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면서 점유율을 확대했는데 유럽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유럽과 북미에서 장기간 품질보증과 AS 등을 내세워 경쟁력을 강화한 현대차와 기아차로부터 교훈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창청자동차와 체리자동차뿐만 아니라 지리자동차도 현대차 공부하기에 열을 올렸던 중국 완성차회사 가운데 1곳이다. 

지리자동차는 현대차를 롤모델로 삼아 공정관리, 연구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을 뿐 아니라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 출신 임직원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공휘 지리자동차 최고경영자는 해외진출 계획을 놓고 “한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중국차 '현대차 배우기'는 옛말, 현대차가 중국차 따라 할 처지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현대차 배우기’를 통해 해외진출 채비를 마친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판매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차 따라잡기에 나선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와 중국차의 신세가 몇 년 새 뒤바뀐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전략형 신차를 대거 투입하는 한편 중국 경쟁차에 못지않은 저렴한 가격정책도 펼치고 있다. 

또한 폴크스바겐그룹 중국 디자인총괄을 맡았던 사이먼 로스비, 창청자동차 디자인총괄 출신 피에르 르클레어, 중국 푸조시트로엥 디자인총괄 출신인 올렉 손 등을 잇달아 영입했다. 

피에르 르클레어의 경우 창청자동차에 일하던 중에 기아스티일링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중국 자동차매체인 오토모티브뉴스차이나는 “창청자동차가 디자인총괄을 기아차에 뺏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월부터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받아 판매가 급감했다. 판매량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데는 사드의 영향뿐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 소비자의 변화를 포착하지 못해 제품경쟁력이 떨어진 탓도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에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44.7% 줄어든 57만6974대를 파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