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A생명이 다른 해외지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의 노하우를 활용해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개발을 지원하기로 한 금융당국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개발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AIA생명이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업계가 공동으로 조직한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10월 안으로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다.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은 고객이 건강관리 활동을 할 때마다 이를 확인하고 보험료 할인 등의 보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일본의 아플락 보험사는 2년 동안 매일 8천보 이상을 걸은 고객에게 종신 건강보험 계약의 한 달 치 보험료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건강관리형 보험산업이 다른 국가에 비해 미진하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놓고 암암리에 의료업계와 보험업계의 알력다툼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들에 한정해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의료법인과 제휴한 형태로만 건강관리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교육이나 연구, 장례식장 운영 등 제한적인 사업만이 가능해 실질적인 보험서비스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2월부터 비의료기관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 빗장이 풀어지는 셈이다.
AIA생명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시아 최대 다국적 생명보험사인데 한국지점의 건강관리형 사업모델이 의료법 규제로 발목을 잡힌 동안 해외에서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을 활발히 운영했다.
AIA생명은 이미 2013년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건강관리 보험서비스 ‘AIA바이탈리티’를 출시했고 4년 동안 호주,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차태진 AIA생명 대표는 AIA바이탈리티를 올해 초부터 한국지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도입했고 한국시장 실정에 맞춰 보완한 뒤 하반기 안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AIA생명 관계자는 “이미 다른 해외시장에서는 보험료 할인 혜택까지 포함된 보험상품으로 출시돼 성과를 거뒀다”며 “아직 한국시장에서는 구체적 보상의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지만 곧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응 켕 후이 AIA생명그룹 회장은 9월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이한 기념식 행사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응 켕 후이 회장은 “생명보험업계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발병 후 보장해주는 보험상품보다 암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을 미리 예방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법에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