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10-08 09: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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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호 신한은행장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과 법원의 공탁금 관리은행 등 신한은행의 기관영업 사업장을 지킬 수 있을까?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각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기관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치며 신한은행의 기관영업 사업장를 노리고 있다.
▲ 위성호 신한은행장.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기관영업에 힘쓰고 있는 KB국민은행에게 잇달아 기존 사업장을 내줬다.
은행의 기관영업은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대학, 공기업 등 공공 성격이 있는 기관의 주거래은행이 되기 위한 경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5년에 한번씩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선정되면 이 기관이 관리하는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기관 임직원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KB국민은행은 2015년에 군장병 전용 ‘나라사랑카드’ 사업자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도 따냈다.
두 곳 다 신한은행이 각각 10년, 5년씩 맡고 있던 사업권이었는데 KB국민은행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과도한 특혜를 제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차지했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기관영업에, KB국민은행은 개인영업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KB국민은행이 기관영업에 집중하며 그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강화에 따라 신규 개인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에 어려움을 겪자 기관영업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기도 금고를 두고 KB국민은행과 경쟁해 한차례 방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기관영업의 전통적 강자로 꼽히던 신한은행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위성호 신한은행 행장은 하반기에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과 전국법원 공탁금 관리은행 선정 등 굵직한 기관영업 사업자 선정이 남아있어 사업장을 수성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자산 600조 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가장 큰 사업권인 데다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이라는 ‘타이틀’에서 마케팅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10년 동안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맡아왔는데 올해 신한은행을 포함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4곳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업자는 올해 안에 선정되는데 계약기간은 내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3년이고 이후 1년마다 계약을 맺어 최대 5년까지 맡을 수 있다.
법원이 올해 처음으로 법원의 공탁금을 관리할 은행을 공개입찰을 실시하는 점도 위 행장에게 부담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국법원에 접수된 금전 공탁금 규모는 8조5500억 원이다. 공탁금을 보관 및 집행하면서 거두는 수익에 더해 민원인을 은행의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 국민연금공단 전경.
신한은행은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지방법원 13곳과 수의계약을 맺고 법원의 공탁업무를 도맡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는데 올해 변수가 생긴 셈이다.
신한은행이 관리하는 공탁금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체 법원의 공탁금 가운데 74%로 압도적 수준이다. 그 뒤로 SC제일은행 5.9%, 우리은행 4.5%, NH농협은행 4.0%, 대구은행 3.1%, 경남은행 2.9%, KEB하나은행 2.1%, 부산은행 1.5%, 광주은행 1.5%, 전북은행 0.5%순이었다.
그런데 법원이 공탁금 관리은행 선정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현재와 같은 공탁금 비중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B국민은행은 그동안 법원의 공탁금에는 눈독을 들이지 않았지만 입찰방식이 바뀐 뒤 법원 공탁금 관리은행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 행장은 KB국민은행과 은행권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관영업에서 KB국민은행에게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기 원치 않을 것”이라며 “당장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통해 수익원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기관영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