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09-29 17: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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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의 실패를 대우건설 매각의 성공으로 만회할 수 있을까?
대우건설의 실적 호조가 매각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주가 문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매각공고 시기를 기존에 제시했던 9월 말에서 추석연휴 이후로 미뤘는데 입찰 흥행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이 3분기에 실적 호조를 보인 것으로 추정되자 실적을 발표한 뒤 매각을 진행해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려 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대우건설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673억 원, 영업이익 2242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129.7% 늘어났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이번 추석연휴가 유난히 긴 점을 감안해 매각공고 시기를 늦췄다”면서 “대우건설이 올해 들어 신규 수주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인도 타타그룹과 손잡고 뭄바이해상교 수주전에 뛰어들었는데 이 컨소시엄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오만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정유시설 공사에 조인트벤처로 참여해 1조8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연초에 카타르에서 6892억 원 규모의 E-링 고속도로 건설물량도 계약했다.
2006년부터 추진해 왔던 베트남 부동산개발사업에서도 슬슬 수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급빌라 분양사업이 시작돼 하반기 재무제표에 관련 실적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국내에서도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사업에서 2조 원 이상을 수주해 현대건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최근에도 2370억 원 규모인 신반포 15차 아파트의 재건축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굵직한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국내외 투자자 6~8곳이 인수전에 뛰어들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영에너지기업인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 해외 회사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가격을 시장에서 처음 예상했던 2조 원보다 더 높게 매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하반기에 좋은 신규수주 실적을 올려 2018년에도 영업이익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며 “산업은행과 매각주간사가 향후 실적 성장세를 감안해 매각가격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부진한 주가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으로 7210원에 머물렀다. 증권업계는 대우건설의 실적 성장세를 높게 평가하면서 목표주가를 1만1천 원선으로 잡고 있다.
산업은행이 올해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했을 때 제시한 목표주가 1만3천 원을 턱없이 밑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데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대우건설 주가가 실적과 비교해 부진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매각입찰이 본격화되고 투자자들의 윤곽이 나타나면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