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유예기간인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최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의 매각설이 불거진 이유다.
다만 롯데캐피탈과 롯데손해보험은 이번 지주회사 전환과 관계없는 호텔롯데가 각각 지분 26.6%와 26.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당장 경영권이 포함된 매물은 롯데카드가 유력했다.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업계 5위권 회사로 인수매력이 높은 회사로 평가되면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이 인수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그런데 롯데카드가 베트남 금융회사인 테크콤파이낸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롯데카드 매각설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의 사드보복조치에 따라 어려움을 겪던 중국사업에서 발을 빼는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롯데카드도 여기에 발을 맞추고 있다.
게다가 롯데카드의 경우 신 회장이 롯데그룹을 유통사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손질하고 있는 만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부문으로 꼽힌다. 롯데카드는 그룹의 멤버십과 포인트 등 주요사업을 다루고 있는 곳으로 마케팅과 고객관리, 결제편의 등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은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 역시 채정병 전 사장과 김창권 사장 등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금융통’이자 신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맡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유통 계열사들의 실적이 지지부진하면 신 회장이 추진하는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을 놓고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신 회장에게 롯데카드가 필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카드 지분을 롯데지주체제 밖에 있는 호텔롯데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신 회장이 당분간 롯데지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롯데카드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호텔롯데가 롯데캐피탈과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만큼 롯데그룹의 주요 금융계열사를 한곳에 맡기는 셈이다.
다만 호텔롯데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배력 아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신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롯데카드의 베트남 카드사 인수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공략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