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연구개발 및 증설투자를 대폭 확대해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과 업황악화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력이 비교적 앞선 데다 모바일분야에 집중하며 마이크론과 주요 공급처를 차별화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28일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플래시에 투자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며 “메모리반도체 주요기업들의 공급증가가 향후 업황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내년 9월까지인 다음 회계연도의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에 지난 회계연도보다 50% 정도 늘어난 75억 달러(약 8조6천억 원) 정도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D램 생산량은 지금보다 약 31%, 낸드플래시는 68%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남 연구원은 “마이크론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에 적극적인 증설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전체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하며 호황을 이어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실적 급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을 포함한 반도체기업의 증설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이런 효과가 사라져 업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기술이 마이크론보다 크게 앞서고 주력분야도 서로 다른 만큼 증설투자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D램 미세공정 비중을 늘리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어 출하량 증가율은 시장평균을 밑돌 수도 있다”며 “양호한 수급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D램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미세공정 전환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뒤늦게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미세공정비중을 늘릴 경우 기술적 특성상 전체 출하량은 줄어든다.
도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낸드플래시 원가를 절감하는 3D낸드에서도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해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출하량 증가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D낸드 기술은 전 세계에서 최고수준으로 꼽히고 있다. 전체 낸드플래시에서 3D낸드의 비중도 꾸준한 전환투자 성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주로 서버고객사 대응에 집중하며 반도체 호황기에도 모바일분야에서는 거의 매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업체에 반도체 공급비중이 높아 마이크론과 주요 사업분야를 차별화하며 꾸준히 업황호조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도 연구원은 “반도체기업들의 공급량 증가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신산업 발달에 따른 수요증가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내년까지 호황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