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기자 khpark@businesspost.co.kr2017-09-26 17: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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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에서 맥없이 물러났다.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물러나고 우선매수청구권도 포기한다. 더블스타에 매각을 막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펼쳤던 데 비춰보면 허무한 결말이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KDB산업은행 회장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의 뜻을 어느 정도 확인한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키는 일이 더욱 급하고 금호타이어 회생에 협조적 태도가 다시 인수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6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박 회장은 채권단 주도의 금호타이어 정상화 작업에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채권단에 밝혀왔다”며 “박 회장 등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즉시 퇴진하고 우선매수청구권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상표권이 문제되지 않도록 영구사용권을 허용하는 등 채권단 주도의 경영정상화 과정에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자구안 부결이 예상된 만큼 새 수장을 들인 산업은행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투자금융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박 회장은 2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날 아침 서울 종로구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으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자구안을 최대한 설명했다”며 “결정권은 채권단에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 과정에서 상표권 사용조건 등을 놓고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웠는데 그 뒤 산업은행은 8월11일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을 매각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매각으로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는 말도 지속적으로 나왔는데 박 회장으로서는 산업은행의 이런 기조가 부담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이 급한 불인 더블스타의 인수를 막은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기 위해 금호타이어에서 손을 뗐을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 주가 부양을 위해 금호산업 지분 0.03%를 사들이는 등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는 행보가 부각됐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박 회장은 향후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재매각을 진행할 경우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호타이어 재매각 등을 진행할 경우 박 회장의 참여 가능성을 놓고 “박 회장을 재매각 절차에서 특별히 배제할 이유는 없다”며 “아직 계획하고 있진 않지만 금호타이어를 매각한다면 입찰 등을 통해 박 회장이 참여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정상화에 주력하면서 인수자금을 마련한 뒤 향후 우선매수청구권 없이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나설 복안을 세웠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온다.
채권단이 향후 금호타이어 재매각에 나설 경우 경영악화의 책임 등을 이유로 인수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을 피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바라보는 것이다.
박 회장이 산업은행 결정에 협조하는 태도를 내보인 만큼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과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데 보탬이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